16일 오전 폭우로 침수돼 1명이 사망하고 차량 10여대가 물에 잠긴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앞에서 소방당국이 실종자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충북 지역에 기록적 폭우가 쏟아지던 15일 오전 8시 45분경. 인근 미호천교를 건설 중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으로부터 대피 전화를 받고 집을 뛰쳐 나오던 김용순 씨(58·여)는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입구로 물이 밀려들어가는 모습을 발견하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 씨의 눈에는 지하차도에서 물에 잠겨 고립된 화물차 위에 올라가 있던 남녀 2명이 보였다. 이들은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 강물 6만t 2분 만에 들이닥쳐
김 씨는 119로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지만 이미 물이 급격히 불어난 다음이었다. 출동한 구조대는가드레일 등을 잡고 버티던 9명을 구조했다. 이어 지하차도 안쪽을 수색하려 했지만 이미 물이 불어나 고무보트가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 씨는 “순식간에 물이 찬 탓에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워 보였다”고 했다.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5일 오후 미호천 범람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진입도로에서 소방당국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구조작업도 원활하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1분에 3t을 배수할 수 있는 방사포 대용량 시스템을 투입했지만 유입되는 물의 양이 너무 많아 수색 작업에 착수하지 못했다. 소방 관계자는 “지하차도가 사각형 구조여서 에어 포켓(산소가 남은 공간)도 없었고 구조대도 들어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내부가 흙탕물로 뒤덮여 잠수부도 투입하지 못했다.
결국 물막이 시설을 만들고 어느 정도 배수가 된 16일 오전 5시 55분에야 침수 21시간만에 잠수부를 투입했다. 그리고 오후 7시 현재 9명의 시신을 인양한 상태다. 소방 관계자는 “접수된 실종 신고는 11명으로 인양된 시신과 신원 확인을 하고 있다. 희생자가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 폭우로 우회하던 버스에서 시신 5구 발견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버스는 청주국제공항과 오송역을 오가는 급행버스인데, 원래 다른 노선으로 운행해왔지만 폭우로 기존 노선이 통제되자 오송지하차도로 우회했다가 피해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버스에선 5명의 시신이 발견됐다.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청주=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청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