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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100km 누적고도 6km “이걸 뛸 때 희열 느낀다”… 트레일러너 장희주 씨[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3-07-08 12:00:00


요즘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져 있는 장희주 씨(32)는 초등학교 시절을 중국 국제학교에서 보내면서 ‘운동 본능’을 키웠다. 수영과 테니스를 배웠고 학교에서 축구와 터치 럭비를 즐겼다. “축구팀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공을 차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축구와 럭비는 달릴 기회가 많아 좋았다”는 그는 “훈련 때 땀 흘린 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일찍 배웠다. 몸을 맘껏 움직인 뒤 오는 희열이 너무 좋다”고 했다.

장희주 씨가 트레일러닝대회에 출전해 질주하고 있다. 하와이대 대학원에 다니던 2021년 트레일러닝에 입문한 그는 거의 매일 산을 달리며 즐겁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장희주 씨 제공.

장 씨는 6월 3일 경남 거제시에서 열린 제10회 거제 100K 국제트레일러닝대회 100km 여자부에서 우승했다. 최장 거리인 100km는 실제로는 106.9km인데다 누적 상승고도가 5900m인 지옥의 레이스다. 장 씨는 18시간 18분 19초의 사투 끝에 정상에 올랐다. 그는 “ 산을 달리면 마음이 평안해지고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하와이대 대학원에서 석사 논문을 준비하던 2021년 친구가 권해서 트레일러닝대회에 나갔는데 바로 그 매력에 빠졌어요. 첫 대회 뛰자마자 이건 오래 해보고 싶다고 느꼈어요. 바쁜 와중에도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는데 트레일러닝이 온 겁니다.”

장희주 씨가 서울 광진구 어린이 대공원에서 몸을 풀고 있다. 그는 아차산과 관악산 등 수도권 산을 달리며 스트레스도 날리고 건강도 챙기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하와이 오하우섬 일대를 달리는 7마일(11.3km)에 참가했다. 5마일(8km)에도 나갔다. 하와이에서 100마일(160km) 트레일러닝 대회를 개최하는 HURT(하와이 울트라 러닝 팀)가 단계적으로 여는 대회다. 그해 여름 한국으로 돌아와 10월 강원 정선 하이원에서 열린 스카이러닝(현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42.2km도 완주했다. 6시간 8분 25초로 여자부 8위를 차지했다.

“산 내리막을 달릴 때 가장 희열을 느낍니다. 내리막을 달릴 땐 5, 6걸음 앞까지 예상해야 해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요. 온전히 제게만 집중할 수 있어요. 모든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순간이라 마음에 평화가 찾아와요. 일상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장 씨는 국내 트레일러닝에서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 열린 성남누비길 64k에선 11시간 32분 12초로 여자부 2위를 했다. 올 4월 열린 서울 울트라 랠리 22km에서는 3시간 18분 41초로 여자부 정상에 올랐다. 4월 말 열린 코리아 50k 52.5km에서 8시간 34분 1초로 3위를 했고 거제 100km에서 다시 정상에 오른 것이다.

장희주 씨가 서울 광진구 어린이 대공원에서 질주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한국에서 졸업한 장 씨는 “학창 시절 중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했다. 스포츠를 즐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작 할 수 있는 게 피구였다”고 회상한 그는 “한국에서도 아이들이 운동을 통해 건강한 습관들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2019년 하와이대 대학원에 가면서 본격적으로 야외 스포츠에 빠졌다. 바닷속을 탐험하는 프리다이빙을 가장 즐겼다. 그는 “바닷속은 너무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바다에 감싸져 지구와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다. 트레일러닝에서도 그 비슷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장 씨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든 산의 멋진 풍광 속에서 딴생각 없이 달릴 수 있어 좋다. 자유롭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 더 좋다”고 트레일러닝을 즐기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 결과도 따라온다”고 했다. 그는 “대회 출전 목표를 정하고 땀을 흘리니까 제가 성장하는 게 보인다. 그런 재미가 더 트레일러닝에 빠지게 만든다”고 했다.

장희주 씨가 6월 3일 열린 제10회 거제 100K 국제트레일러닝대회 여자부에서 1위로 골인하고 있다. 트레일러닝 입문 2년여 만에 국내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장희주 씨 제공.

사실 장 씨는 한국에 온 뒤에 다이빙을 더 많이 했다. 그런데 다이빙을 하려면 바닷가로 나가야 해 시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쉽게 갈 수 있는 산으로 향한 것이다. 장 씨는 관악산 우면산 도봉산 북한산 등 수도권 인근 산은 다 달려봤다. “산의 푸르름 속에서 바위, 꽃나무 등을 보며 달리는 게 좋았다”고 했다. 그는 “서울에서는 지하철만 타면 언제든 산으로 가 달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50km도 훈련 삼아 달렸고, 북한산 한 바퀴 63km, 서울 한 바퀴 156km도 달렸다.

초창기엔 혼자 달리던 그는 지금은 올댓트레일, 북한산통나무트레일러닝클럽이란 동호회에 가입해 함께 달리고 있다. 서로 응원해주며 달리는 게 즐겁고 배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제에서의 좋은 결과도 많은 분들이 도와줘서 가능했다”고 했다. 평일엔 틈나는 대로 10~20km, 주말에는 30~40km 장거리를 달린다. “거제 100km를 준비할 때 훈련을 가장 많이 달린 주에는 125km를 달렸다. 대회를 앞두고는 대회 거리의 10~15%를 더 달리는 게 훈련 목표”라고 했다.

장희주 씨가 산을 달리고 있다. 장희주 씨 제공. 

국내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다 조만간 중국 선전 국제 초등학교 교사로 떠나는 그는 오른쪽 팔에 도봉산을 타투로 그려 넣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산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중국 선전 국제학교를 택한 것도 트레일러닝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홍콩에 트레일러닝 대회가 많다. 선전 바로 옆이라 언제든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영어 강사를 하던 장 씨는 무조건 외우기를 강요하는 한국교육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중국으로 떠나게 됐다. 그는 “교육이라는 게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줘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한국은 그렇질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 중고등학교 다닐 때도 그랬는데 전혀 바뀌지 않았다. 호기심은 없고 그냥 외우고 시험만 보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장 씨의 목표는 하와이 HURT 100마일 대회 완주. 그는 “이 대회는 99%가 산이고 1%만이 도로다. 온전히 산에서 그리고 처음 트레일러닝을 접한 곳에서 첫 100마일을 완주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HURT 100마일 대회는 신청한다고 다 출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회 조직위원회 추첨에 당첨돼야 달릴 수 있다. 그는 “내년엔 친구들 달리는 것 지원해주고 그다음 해에 출전할 예정이다. 하늘이 도와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산을 잘 달리기 위해 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고, 보디웨이트(몸으로 하는 근육운동)로 피워도 키우고 있다. 그래야 부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의도 씨가 서울 광진구 어린이 대공원에서 몸을 풀고 있다. 그는 아차산과 관악산 등 수도권 산을 달리며 스트레스도 날리고 건강도 챙기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