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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더 소중히 대하는 사회가 돼야[벗드갈 한국 블로그]

입력 | 2023-07-06 23:42:00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1년 만에 찾아온 몽골이 한국과 여러 면에서 비슷하게 느껴진다. 가끔은 여기가 한국인가 몽골인가 싶을 정도다. 예를 들면 곳곳에 있는 한국 기업 간판은 물론이고 다양한 한국 문화가 몽골에서 엿보인다. 이미 한국 생활에 익숙해진 필자에게 몽골과 한국은 가끔 순간적으로 같은 나라인가 싶을 정도로 착각이 들곤 한다. 예전에는 한국인과 몽골 사람들은 생김새나 외모만으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서로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곤 하였지만 이제는 사회적 분위기도 비슷해지는 것 같다. 두 나라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필자는 매우 기쁘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다만 차이점도 있다. 바로 아이들 얘기다. 몽골과 달리 한국에서는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잘 안 보인다. 한국은 점점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는데, 앞으로 더욱더 아이들의 뛰어노는 모습이나 유쾌한 웃음소리가 사라질 수 있다. 필자는 아직 두 돌이 안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아이와 집 근처에 나가기만 하면 동네에 마실 나온 사람들이나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아이를 보고 예뻐해 주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때로는 아이에게 사탕이나 간식을 건네주기까지 한다. 한국에서는 이제 아이가 귀한 존재가 돼서 그런 걸까.

몽골의 상황은 좀 다르다. 아이들도 젊은이들도 매우 많다. 몽골 인구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몽골 전체 인구의 63.8%가 만 35세 이하의 나이라고 한다. 정말 이 통계자료가 틀리지 않다는 것을 필자는 몽골을 찾을 때마다 실감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이른바 3D업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장년 혹은 외국인 노동자일 것이다. 몽골의 경우 정반대이다. 대형마트나 시장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직원,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원 등이 모두가 스무 살 안팎 정도로 보인다. 물론 과거의 한국도 이런 모습일 때가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30대 초반이지만 몽골에서 체감 나이가 40대 중반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양국을 오가면서 제법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

사실 몽골은 한국에 비해서 사회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좋지는 않다. 그럼에도 몽골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는 것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궁금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필자가 이에 대한 답으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문화적 배경이다. 몽골 사람들은 옛날부터 사람 수가 늘면 식량이 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왔다. 또한 몽골 사람들은 부딪혀 보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오래 산 필자는 가끔은 이러한 몽골 사람들의 사고가 매우 좋게 느껴질 때가 많다. 때로는 너무 단순하게 사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지만 문제를 쉽게 생각한다기보다 긍정적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다. 자연이 주는 편안함도 몽골의 매력이다. 필자는 몽골에 온 후로부터 아무 생각 안 하고 초원에서 말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면서 지낸다. 이런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다.

반면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서 일어난 각종 사건 사고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 특히 영아 살해나 아동학대와 관련한 범죄 뉴스를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 이렇게 동물보다 못한 행동을 하는 범죄자들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화가 치민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다.

대한민국은 K팝과 K드라마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키웠다. 외적으로 보여진 대한민국은 반짝이는 별과 같은 나라이다. 하지만 겉과 다르게 속을 들여다보면 온갖 사회 이슈와 뉴스로 어지러운 나라처럼 느낄 때도 많다. 물론 어떤 나라도 문제와 이슈로 가득하기 마련이지만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대한민국에서 아동과 어린이들이 죽거나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뉴스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이번 몽골 여행을 통하여 갖게 됐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하여 늘 노력하는 부모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제적 압박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들을 방치하고 학대하는 어른들이 줄었으면 한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