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일부 장성들에 미리 계획 알려 서방 정보기관, 감청 통해 사전 인지” 푸틴, 양쪽 모두 숙청 가능성 높아
푸틴의 셀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8일 러시아 다게스탄 공화국 데르벤트를 방문해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데르벤트=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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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은 당초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남부 지역에서 쇼이구 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납치하려 했다. 22∼25일 해당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두 사람을 생포한 후 바그너그룹의 세력을 약화시키려던 두 사람의 움직임을 뒤집으려고 한 것이다. 프리고진은 이 계획이 누설되자 23일 수도 모스크바 진격으로 계획을 긴급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프리고진은 전쟁 지휘 주도권을 두고 내내 두 사람과 대립했다. 특히 지지부진한 전황에 대한 문책 성격으로 올 1월 프리고진과 가까운 세르게이 수로비킨 우크라이나전쟁 총사령관의 자리가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으로 교체되자 큰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장에서의 잔혹함으로 유명한 수로비킨은 모든 것을 다 파괴한다는 뜻의 ‘아마겟돈’이라는 별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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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정보기관은 프리고진이 반란 계획을 실행하기 전 수로비킨 등 일부 군 장성에게 이를 알렸으며 반란에 동조해줄 것으로 기대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수로비킨은 24일 모스크바 진격에 나선 프리고진을 향해 “반란을 중단하라”고 비판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사태로 프리고진과 군 수뇌부 모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만큼 양측 모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숙청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록 반란에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수로비킨은 이미 체포됐다고 현지 매체 모스크바타임스 등이 전했다.
서방 정보기관은 푸틴 대통령이 반란 사태의 후폭풍을 수습한 후 쇼이구 장관 역시 축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반란 중단 후 국영 TV나 대중 행사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8일 반란 사태 이후 처음으로 모스크바를 떠나 남부 캅카스 지역의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을 방문했다. 반란으로 인한 혼란이 진정됐고 국정이 정상 운영되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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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