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 투병기로 본 암 극복법 위암-폐암 진단 받아 23년 간 투병 주어진 삶의 소중함 다시 느끼게 돼정서 안정 돕는 상담 프로그램 운영 환우들 서로 소통하며 희망 되찾아… 신약 신속 등재 시스템 구축 절실
우리가 아플 때, 병원에 가면 환자보다는 병에 대한 정보를 많이 듣는다. 환자 입장에서는 투병 과정에 대한 안내나 환자에 대한 지지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여기 낯선 병과 당당히 맞선 환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이들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가 몰랐던 질환들을 이해하고 질환을 극복하려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더불어 우리 사회가 어떤 도움과 지원을 할 수 있을지 들어봤다.
폐암은 갑상샘암에 이어 국내 발생 2위인 암이다. 사망률도 가장 높다. 6년간 무려 111번의 항암제를 맞으면서 폐암과 싸우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이다. 그는 2001년에 위암 3기 진단을 받고 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고 2016년에 폐암 4기를 진단받아 23년간 투병 중이다.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 회장은 위암에 이어 폐암으로 23년째 암투병 중이다. 지금까지 항암제를 111차례나 맞으며 암과 함께 살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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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진단받았을 때 솔직한 심정은 어땠나.
“위암과 폐암을 겪으면서 남들과 같이 좌절과 분노, 자포자기 그리고 순종의 과정을 똑같이 겪어 왔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겸손해지고 주어진 삶의 의미를 느꼈다. 주어진 삶이 소중하기에 가족과 이웃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다. 폐암 투병은 장기전이다. 가족이나 보호자, 의료진을 신뢰하고 의지하면서 튼튼한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혼자의 의지나 노력만으로는 어려울 때가 많다. 가족이나 의료진의 유대관계는 절대적이다.”
―투병 중 가장 힘들었던 점, 반대로 가장 위로가 되었던 점은….
“힘들었을 때는 환우를 잃을 때다. 가까이 지내면서 상담해 오던 환우가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한동안 마음이 힘들다. 어차피 저도 같은 길을 가게 될 터이니까. 위로를 받을 때는 비록 제가 상담하는 환우에게 큰 도움도 드리지 못했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받게 될 때다. 제가 더 감사하고, 삶의 의지를 다시 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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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폐암 진단을 받았을 때 국립암센터에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어쩌다 폐암 환자가 되었는데, 당시 폐암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었다. 동료 환우들이나 의료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치료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위의 사정들을 알게 됐다. 나와 같은 환우들의 치료 환경을 개선하고 싶어 환우회를 만들게 됐다. 이곳에서 환우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서로 돕는 친구와 같은 관계를 이어 나가려 하고 있다. 환우회에선 ‘새 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환우들과 쉽게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암 경험자로서, 상담 교육을 받은 분들이 자원봉사를 한다. 이들이 환우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힘든 치료 과정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하는 정서 안정 프로그램이다. 치료 과정의 이야기들을 듣고 나누는 상담 전화도 운영 중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우분은….
“지난해 대한암협회가 진행하는 희귀폐암 ‘MR. K’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희귀폐암 환우인데 초등학생, 중학생 딸아이를 둔 한 엄마였다. 희귀폐암 4기로 진단받았는데, 다행히 치료제 개발이 활발한 MET 유전자 변이여서, 임상시험에 참여해 치료받을 수 있었다. 치료가 잘 끝난 덕분에 딸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것을 보고 있다. 검사 방법의 발전으로 암을 세분하여 구분할 수 있게 됐고 이 과정에서 알게 되는 희귀폐암은, 말 그대로 환자 수가 1∼5% 정도로 적다. 그만큼 정확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제의 선택은 정말 중요하다. 임상시험에서 맞는 약을 찾게 된 것도 기적이다.
―앞으로 환우회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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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