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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사우디에 선박엔진 공장까지… ‘중동 붐’ 가속

입력 | 2023-06-26 03:00:00

원천기술 지닌 ‘힘센 엔진’ 등
2025년 4분기부터 본격 생산
합작 조선소는 연말 준공 앞둬
사우디와 조선업 시너지 기대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22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라스알카이르 지역의 킹살만 조선산업단지에서 열린 현지 합작사 ‘마킨’의 선박엔진 공장 착공식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삽으로 흙을 퍼올리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HD현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첫 해외 선박엔진 생산 공장을 짓는다. 올해 말 준공 예정인 HD현대와 사우디의 합작 조선소에 이어 엔진 생산시설까지 들어서며 조선 사업에 시너지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의 엔진 기계사업부는 자사가 참여한 현지 합작사인 ‘마킨’이 사우디 라스알카이르 지역의 킹살만 조선산업단지에서 선박엔진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고 25일 밝혔다. 마킨은 HD현대중공업과 사우디아람코개발회사, 사우디 산업투자공사 두수르가 공동으로 투자·설립한 합작사다.

합작 엔진 공장은 15만 ㎡(약 4만5000평) 규모로 설립될 예정이다. 2025년 4분기(10∼12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나선다. 연간 최대 생산 수용 능력은 선박용 대형 엔진 30대, 중형 엔진 235대, 선박용 펌프 160대다.

HD현대중공업이 원천 기술을 보유한 중형 엔진인 ‘힘센엔진’도 사우디 합작 엔진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힘센엔진은 HD현대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제품으로 사우디에서 생산되면 저작권에 대한 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약 40%의 중형 엔진 글로벌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HD현대중공업이 처음으로 엔진 라이선스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다.

마킨 엔진 공장은 HD한국조선해양이 현지 업체들과 합작해 킹살만 조선산업단지에 건설하고 있는 조선소인 ‘IMI’ 인근에 건설된다. IMI 조선소는 500만 ㎡(약 150만 평) 규모로 중동 지역 최대 규모의 조선소다. 당초 2021년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건설 기간이 연장돼 올해 말로 준공이 미뤄졌다.

HD현대와 사우디는 각 사업 영역에서 꾸준히 협력을 이어왔다. 사우디아람코는 2019년 현대오일뱅크에 1조3000억 원을 투자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올 5월에는 HD현대의 에너지솔루션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이 사우디 전력청과 878억 원 규모의 태양광 발전용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엔진 공장 건설은 지난해 11월 방한 중인 칼리드 팔리흐 사우디 투자장관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엔진 합작사에 대한 합의를 이루며 성사됐다.

엔진 합작 공장이 들어서는 킹살만 조선산업단지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중동 붐’ 물꼬를 텄던 주바일 지역 인근에 위치해 있다. 1976∼1979년 현대건설이 건설한 ‘주바일 항만’은 당시 한국 정부 예산의 25% 달하는 9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장 건립은 HD현대의 엔진 사업부가 사우디와 중동이라는 신시장을 개척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향후 친환경 엔진의 현지 생산도 검토 중이며 사우디와의 협력을 꾸준히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