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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MS의 공동 게임 전선, 소니-닌텐도를 넘볼 수 있을까?[조영준의 게임 인더스트리]

입력 | 2023-06-22 11:00:00


시장조사 업체 뉴주(Newzoo)는 지난 2022년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를 약 1,844억 달러(한화 약 237조 원)로 추정했습니다. 여기서 콘솔 게임기 시장 규모는 약 518억 달러(약 66조 5천억 원)로 집계됐으며, PC 게임 시장은 382억 달러(약 49조 원)를 기록했습니다. PC와 콘솔 게임 분야만 해도 900억 달러에 이르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셈입니다.

2022년 게임 시장 규모 / 출처=뉴주

그래서 그런 것일까요, 이 게임 시장 경쟁에 삼성전자가 참전을 선언했습니다. 소니와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공룡 기업이 각축을 벌이는 PC/콘솔 게임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 링 위에 오른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게임 시장 진입 방식은 따로 게임기를 만들거나 게임을 개발, 보급하는 건 아닙니다. 전 세계에 판매되고 있는 삼성 TV를 하나의 ‘게임 단말기’로 전환하는 방식이죠.

가상 서버로 연결해 콘텐츠를 저장하지 않고 바로 게임을 실행하는 클라우드 기술을 도입하는 것인데요. 영화 등의 동영상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관람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넷플릭스를 보는 것처럼 삼성 TV에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전문 콘솔 게임기나 고사양 PC를 사지 않아도 거실에서 편하게 최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구상입니다.

삼성 TV에 내장된 게이밍 허브 서비스 / 출처=삼성전자

그렇다면 삼성 TV에서 무슨 게임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걸까요?

우선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연합 전선을 폈습니다. 지난 2022년 6월에 마이크로소프트와 클라우드 게임에 관한 협약을 맺고, TV 업계 최초로 ‘엑스박스 게임 패스(Xbox Game Pass)’ 서비스를 ‘게이밍 허브’를 통해 제공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게이밍 허브는 삼성 스마트TV에 포함된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연동 서비스로, 기존의 ‘스마트 허브’에 게임 전용 섹션을 신규로 추가한 것입니다. 때문에 삼성 스마트TV를 구매하면 게이밍 허브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게임기의 ‘포르자 호라이즌’ 시리즈나 ‘헤일로’ 시리즈와 같은 엑스박스 독점 게임을 비롯해, 100여 개의 클라우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엔비디아 지포스나우(NVIDIA GeForce NOW), 유토믹(Utomik) 등의 다양한 파트너들의 끌어들였고, 최근 앤트스트림 아케이드와 블랙너트라는 두 개의 새로운 파트너도 게이밍 허브에 추가했습니다.

앤트스트림 아케이드는 레트로 게임에 중점을 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로, 1,400개 이상의 클래식 게임과 500개의 미니 챌린지를 제공합니다. 이어 블랙너트는 온라인 비디오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로, 수백 개의 게임에 즉시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즉 삼성전자 게이밍 허브는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게임 외에도, 앤트스트림 아케이드와 블랙너트 등의 파트너사들을 통해 삼성 스마트 TV 구매자에게 약 3천 개의 게임에 접근할 수 있는 라인업을 구축한 것입니다.

물론 무료는 아닙니다. 유료 구독 서비스에 가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망할 만큼 의미가 없는 건 아닙니다. 거실에 앉아 TV만 켜면 되니 게임을 즐기기 위한 장벽이 확 낮춰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출처=삼성전자

그런데 이 같은 삼성전자의 행보가 소니와 닌텐도 같은 콘솔 게임 시장의 강자들에겐 당연히 달가울 리 없습니다.

소니는 지난 2022년에 1,910만 대의 플레이스테이션 5를 출하했고, 현재까지 3,840만 대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어 닌텐도는 지난 2021년 하반기까지 자사의 주력 콘솔 게임기인 ‘스위치’를 전 세계에 1억 354만 대를 판매했습니다. 2022년에도 1,797만 대를 팔아 치웠으니 여전히 상당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죠.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TV는 어떨까요,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지난 2022년에 삼성전자는 총 3,984만 대의 TV를 판매했습니다. 특히 2,5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점유율이 53.6%를 기록하며, 경쟁사인 LG전자(21.5%)나 소니(17.2%)를 크게 따돌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이패드를 사용하면 전용 콘솔 게임과 동등한 게임 환경을 만날 수 있다 / 출처=삼성전자

이렇게 기존 게임기 대비로도 만만치않은 판매량을 보이는 삼성 TV가 전부 게임 단말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과, 또 프리미엄 TV의 구매 고객층과 콘솔 게임 매니아층이 고객 타겟 측면에서 상당한 중복성 및 유사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게임 트렌드가 스트리밍이나 클라우드 체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에게 유리해 보입니다. 다양한 미니 단말기를 통해 클라우드 전용 게임기가 출시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죠.

몇 년 전, 나이키는 ‘우리의 경쟁 상대는 아디다스가 아니라 닌텐도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모든 비즈니스가 소비자들의 시간을 얼마나 오래 장악하느냐의 싸움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삼성전자는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끊임없이 파트너를 끌어들이며 삼성 TV 속 게이밍 허브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가 향후 게임 시장의 지형에 어떤 변화를 주게 될지 지켜볼 만합니다.



조영준 게임동아 기자 ju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