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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향기/밑줄 긋기]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입력 | 2023-06-17 03:00:00

고명재 지음·난다




한낮이면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더위사냥을 뚝 반으로 부러뜨렸다. 그러곤 말없이 곁에 와서 내 작은 손안에 반쪽을 쥐여주었다. 나란히 앉아서 사각사각 베어 먹는 소리. 달콤한 빙과로 입술은 끈적거리고. 옥수수보다 이게 낫지? 할머니는 물었고 내가 대답 없이 마주 보고 실쭉 웃으면 다음 날은 어김없이 옥수수를 삶아주었다. 여름은 그렇게 언제든 반으로 무언가를 잘라서 사랑과 나누어 먹는 행복의 계절.

시인이 자신을 키운 사람과 사랑에 관해 쓴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