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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진주’ 시대

입력 | 2023-06-12 03:00:00

세계1위 시비옹테크 佛오픈 2연패
극강 모드로 최근 4년 3번 우승컵
22세에 벌써 4번째 메이저 정상
흑진주 세리나 이후 최연소 달성



이가 시비옹테크가 11일 프랑스 오픈 여자 단식에서 메이저 통산 4번째 우승을 거둔 뒤 우승 트로피 ‘쉬잔 랑글렌 컵’을 흔들고 있다. 이날 세리머니 도중 시비옹테크가 트로피 뚜껑을 바닥에 떨어뜨리자 대회 관계자가 이를 주워 제자리에 끼워 줬다. 그러나 시비옹테크는 이후 아예 뚜껑을 바닥에 내려놓고(작은 사진) 트로피를 세차게 흔들었다. 파리=AP 뉴시스


이가 시비옹테크(22·폴란드·세계랭킹 1위)가 21세기에 태어난 테니스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4회 우승 기록을 남겼다. ‘테니스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2·미국·은퇴) 이후 가장 빠른 트로피 수집 속도다.

시비옹테크는 11일 프랑스 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카롤리나 무호바(27·체코·43위)를 2-1(6-2, 5-7, 6-4)로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자 2020년을 포함해 개인 세 번째 프랑스 오픈 우승이다.

지난해 US 오픈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던 시비옹테크는 이날 승리로 만 22세 10일에 개인 네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을 남겼다. 윌리엄스가 만 20세 346일이던 2002년 US 오픈에서 같은 기록을 남긴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메이저 대회에서 4번 우승한 선수가 시비옹테크다.

시비옹테크는 또 윌리엄스가 2015, 2016년 윔블던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이후 7년 만에 4대 메이저 대회(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 여자 단식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는 기록도 남겼다. 프랑스 오픈 여자 단식 연속 우승은 쥐스틴 에냉(41·벨기에)의 2005∼2007년 3연패 이후 16년 만이다.

시비옹테크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갑자기 (대회를 치른) 3주간의 피로감이 몰려오는 것 같다. 몸이 힘들진 않았는데 집중력을 계속 유지하기가 어려웠다”며 “클레이 코트 시즌을 잘 마무리해 기쁘다. 이제 다시는 스스로를 의심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루고 싶은 기록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는 “대단한 기록을 목표로 세워 두지는 않았다. 커다란 목표를 세우지 않는 게 나한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저 하루하루 선수로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시비옹테크는 지난해 4월 5일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뒤 한 번도 세계 최고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그러나 ‘시비옹테크의 시대가 열렸다’고 하기에는 여전히 2%가 부족하다. 잔디 코트에서 유독 약하기 때문이다.

시비옹테크는 프로 전향 후 클레이 코트(87.9%)와 하드 코트(76.5%)에서 각 100경기를 넘게 치르는 동안 승률 75%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잔디 코트에서는 승률 60%(9승 6패)가 전부다. 클레이 코트와 하드 코트 대회에서는 각 7번 우승했지만 잔디 코트 대회에서는 우승은커녕 결승에도 오른 적이 없다.

잔디 코트 시즌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에서도 2021년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다. 시비옹테크가 2018년 윔블던 주니어 여자 단식 챔피언 출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뜻밖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시비옹테크는 지난해에도 윔블던 3회전에서 탈락하며 37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시비옹테크는 당시 “잔디 코트 위에서는 모든 일이 너무 빨리 벌어진다. 어떻게 경기를 풀어 가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