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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과 100대 명산 완봉했더니 35kg 감량” 정용권 씨의 건강법[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3-06-06 13:48:00


그의 도전은 끝이 없다. 어머니 돌아가신 것을 계기로 걷기 시작해 등산으로 35kg을 감량하며 블랙야크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완봉했다. 백두대간도 종주했다. 그리고 곧바로 대한민국 100대 섬&산 도전에 나섰다.

정용권 씨가 6월 6일 전남 신안군 임자도 대둔산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정 씨는 6월 4일 백두대간을 종주한 뒤 바로 대한민국 100대 섬&산 도전에 나섰다. 정용권 씨 제공.

정용권 씨(54)가 “6월 4일 블랙야크 백두대간을 완주했다. 그리고 바로 대한민국 100대 섬&산 도전에 나섰다. 오늘 임자도 대둔산을 올랐다”고 6일 밝혔다. 임자도는 전남 신안군에 있는 섬이다.

정 씨는 2021년 8월 7일 ‘어머니 돌아가신 후 무작정 걷기 시작… 35kg 감량했어요’란 주제로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에 등장했던 인물이다. 그가 지난해 5월 29일 블랙야크가 인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완봉했을 때도 그 스토리를 전했고 이번에도 전한다. 100세 시대에 계속 목표를 정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많은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정 씨는 2021년 8월 7일부터 올 6월 6일까지 도전 기간 667일 만에 블랙야크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블랙야크 백두대간 종주는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와 주요 봉우리 인증샷으로 인증을 해주고 있다. 정 씨는 “쉬는 날 대한민국 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건강도 챙기고 일석이조의 삶”이라고 했다. 그는 이 모든 도전을 아내 인필선 씨(52)와 함께 하고 있다.

정용권 씨(왼쪽)가 아내 인필선  씨와 등산 도중 포즈를 취했다. 정용권 씨 제공.

정 씨는 6년 전 시작한 걷기와 등산으로 즐겁고 건강한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정 씨는 당시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계기로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어머니께서 지병으로 한 달 고생하다 가셨다. 사실 그때까지는 죽음이라는 것을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머니를 지켜보며 죽음이라는 게 먼 데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도 죽을 수 있다고 처음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정 씨의 체중이 120kg 정도 나갔다. 그는 “아, 내가 무분별하게 살았구나. 정말 생각 없이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일을 마치고 저녁때 허기진다는 이유로 밥 3공기에 맥주 4캔을 마시고 바로 자는 게 생활이었다고 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는 “가장 쉬운 게 걷기다. 처음엔 아파트 한 바퀴 도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다음 공원도 가고 마트도 가고…. 조금씩 늘려갔다. 어머니 돌아가신 게 내겐 인생의 전환점이다”고 했다.

1km에서 2km, 2km에서 5km, 5km에서 10km. 걷는 거리가 늘었다. 자연스럽게 걷기가 생활화가 됐다. 정 씨는 어느 순간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몸이 더 많이 걸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운동량을 계속 늘렸다. 그러다 보니 매일 10km 이상을 걷게 됐다”고 했다. 등산을 한 것도 몸이 반응해서란다.

정용권  씨가 백두대간 탄항산(충북도)에 올랐다. 정용권 씨 제공.

산 오르는 것도 처음엔 집 주변 해발 200m 낮은 산부터 300m, 400m로 차근차근 올렸다. 어느 순간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등 명산도 가게 됐다. 정 씨는 걷기 시작 1년째부터 운동 루틴이 현재 하고 있는 것으로 정해졌다고 했다. 매일 11km를 걷고 주말에는 산으로 가는 게 그의 운동 루틴이다. 2년 정도 지나면서부터 해발 1000m 이상급 산을 오르게 됐다.

2020년 8월부터는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체력이 좋아지다 보니 한라산을 찾게 됐다. 한라산 7개 코스를 다 돌아봤다. 설악산도 12개 코스를 4, 5번에 걸쳐 훑었다. 산이 너무 좋아졌다. 온갖 나무와 꽃, 바위, 계곡, 능성 등 경관도 좋았다. 산과 하나 되는 느낌도 좋았다. 정상에 올랐을 때의 쾌감이라니…. 어느 순간 능선을 타는 맛을 알게 됐다. 그러다 보니 산 전체의 맛까지 느꼈다. 그러다 산을 좀 체계적으로 타보자는 생각에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오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산에 오르면 3~4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능선을 탈 경우엔 6~7시간 걸린다. 이젠 산을 타지 않으면 생활이 힘들어진다. 내게 등산은 생활의 활력소다”고 했다. 100대 명산에 이어 백두대간 종주에 나선 것도 똑같은 이유다.

정용권 씨가 두타산(강원도)에 올랐다. 정용권 씨 제공.

등산은 자연 속에서 하는 인터벌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으로 에너지 소비가 많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일정 강도의 운동과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을 주는 훈련 방법이다. 예를 들어 100m를 자기 최고 기록의 50%에서 최대 90%로 달린 뒤 조깅으로 돌아와 다시 100m를 같은 강도로 달리는 것을 반복하는 훈련으로 강도가 높다. 엄격한 의미에서 등산을 인터벌트레이닝과 동급으로 놓을 순 없다. 하지만 산을 오를 때 급경사와 완만한 경사, 평지, 내리막이 반복된다. 이를 휴식할 때까지 1시간 이상 하니 일종의 인터벌트레이닝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등산은 1, 2시간 안에 끝내기보다는 5~8시간까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운동량이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운동생리학적으로 강도 높은 훈련과 불완전 휴식을 반복하면 그 자체로 엄청난 체력을 소비하게 된다. 어느 순간 숨이 턱 막힐 정도가 된다. 하지만 우리 몸은 어느 시간이 지나면 그런 훈련 상황에 적응하게 돼 에너지 소비량을 높이게 된다. 1시간 동안 10km 달리는 것보다 100m 인터벌트레이닝을 10회 하는 게 에너지 소비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정 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산을 탄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솔직히 다이어트를 생각하고 산을 탔으면 지금까지 못 왔을 겁니다. 일찌감치 포기했을 거예요.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걸었고 걷다 보니 산을 올랐고, 산이 좋아 산을 타다 보니 어느 순간 다이어트란 선물이 제게 와 있었습니다. 혹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걷은 것과 등산을 취미로 삼으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럼 시간이 지나면 살은 자연스럽게 빠집니다.”

정용권 씨(오른쪽)가 아내 인필선 씨와 포즈를 취했다. 정용권 씨 제공.

정 씨는 요즘 옷 입는 맛이 난다고 한다. 3년 전부터 체중은 그대로지만 몸이 탄탄해져 옷맵시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금도 80kg대 초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정 씨가 이렇게 열심히 산을 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내 인필선 씨였다고 했다.

“처음부터 집사람이 함께 해줬어요. 함께 걷고 산에도 함께 갔죠. 제가 흔들리지 않고 지금까지 등산을 즐기고 있는 데는 아내의 도움이 컸습니다. 도시락과 과일 등 필요한 것도 잘 챙겨줬습니다. 산에 가면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 씨는 걷고 산을 타다 보니 살이 빠졌고 건강도 얻었다. 부부간의 정도 더 두터워졌다. 그는 “평생 아내와 함께 산을 타며 즐겁고 건강하게 살겠다”고 했다. 100대 명산 완봉 필증과 백두대간 종주 필증을 받은 정 씨 부부는 “이젠 100대 섬&산 완봉을 향해 함께 간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