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정영주 주인공-예술감독 맡아 진두지휘 더블캐스팅으로 여배우 20명 출연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에서 주인공 알바 역을 맡은 배우 정영주는 “2막에서 ‘내 보호 안에서는 모두가 편하게 숨쉴 수 있지’라는 알바의 대사가 있다”며 “작품 속 모든 갈등의 출발점이 되는 대사인 만큼, 큰 무게감을 느끼며 (해당 장면을) 연기한다”고 말했다. 빅타이틀 제공
“남성 서사 위주인 공연 시장에서 관객들은 편식을 당해 왔어요. 이제는 ‘오빠 말고 언니들도 볼래’라는 관객의 의지에 호응하고 싶어요.”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24일 만난 배우 정영주(52)가 말했다. 그는 다음 달 16일 국립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의 주인공 알바 역과 예술감독을 맡았다.
2018년 국내 초연한 ‘베르나르다 알바’는 2021년 재공연 때 전 회차 매진을 기록했다. 1930년대 스페인 남부, 남편의 8년 상을 치르는 권위적인 어머니 알바와 다섯 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스페인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1898∼1936)의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바탕으로 일부 각색했다. 알바는 딸들을 과잉보호하며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한다. 정 씨는 “어떻게 하면 관객이 억압된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선 다섯 딸 간의 관계가 달라졌다. 이전 공연에서 수직적 관계였던 장녀 앙구스티아스(이지현 김지유)와 둘째 막달레나(홍륜희 장보람)가 수평적인 입장에서 대립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캐릭터의 변화는 출연하는 배우들이 밤새 토론한 끝에 완성됐다. 등장인물인 여성 10명은 캐릭터별로 각각 더블 캐스팅해 여성 배우만 20명이 출연한다. 알바 역에는 정영주와 한지연이, 알바의 어머니 호세파 역은 강애심과 김희정이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배우들이 새벽까지 메신저로 작품 이야기를 해요. 가끔은 제가 ‘그만 자자’고 말해야 조용해질 정도로요.”
모든 배우가 여성 서사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만큼 끊임없이 나아지려 애쓰고 있다는 것. 그는 “이 작품에 출연한 뒤 대박난 여배우들이 많다”면서 “스타 배우를 배출해 내겠다는 사명감이 커졌다”며 웃었다. 실제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이사라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김히어라,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에서 주인공 선자의 엄마 양진 역을 맡았던 정인지가 ‘베르나르다 알바’를 거쳤다.
격정적인 플라멩코 춤사위는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엇박자로 치는 손뼉과 빠르게 10여 번씩 찍는 스텝 등 플라멩코 안무는 자유를 향한 갈망과 스페인의 정서를 표현하는 중요한 장치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