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초중고 나와 대학 진학 30대 체류 갱신 안해 불법체류로 구금 강제퇴거 취소 소송 1심서 패소 “사실상 모국… 재입국 허용해야”
지난달 11일 오후 경기 화성시 외국인보호소 면회실. 왼쪽 가슴에 법무부 마크가 박힌 파란 의복을 입은 몽골 국적의 강지민(가명·31) 씨는 이곳에서 구금번호 ‘217’로 불린다. 그는 철창 너머로 수화기를 통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불법체류자가 돼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강 씨는 지난해 7월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체포돼 9개월째 구금 중이다.
● “불법체류자가 된 줄도 몰랐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문제가 생겼다. 정부는 국경이 막히며 외국 국적자의 귀국이 힘들어지자 2020, 2021년 총 4차례 체류 기간을 3개월씩 직권 연장했다. 2020년 4월 만기였던 강 씨의 체류 기간도 같은 해 7월까지로 연장됐다. 강 씨는 “비행기 편을 못 구하는 상황이 이어져 법무부에 문의했더니 ‘코로나19 확산으로 조만간 다시 연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해 안심했는데 어느새 체류 기간이 끝나 있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지난해 7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될 때까지도 본인이 불법체류자란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체류 기간 만료 임박 시점에 우편으로 통지문을 보냈다. 주소가 정확하지 않아 전달이 안 된 경우 본인이 직접 조회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 “사실상 모국인데 강제 퇴거는 가혹”
강 씨는 체류 기간 만료 통지를 못 받았다며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을 취소하란 소송을 냈다. 무료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 측은 “강 씨에게는 한국이 사실상 모국인데 강제 퇴거는 가혹하다. 불법체류는 코로나19로 인한 혼선 및 법무부의 안내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등은 인정하지만 다른 외국인의 불법체류를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 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 씨는 항소했지만 확정판결 전까지 외국인보호소를 벗어날 수 없게 됐다.코로나19 시기 강 씨처럼 체류 기간 연장 관련 내용을 제대로 몰라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한 출입국관리 전문 행정사는 “코로나19 당시 비자가 여러 차례 3개월씩 자동 연장되는 과정에서 체류 기간을 혼동해 어느새 불법체류자가 됐다는 문의가 많다”고 했다.
화성=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