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감산에 “공급과잉 해소 청신호” 글로벌 업계 “바닥 찍었다” 반겨…K반도체 실적 전망치도 호전 “삼성, 2-3위와 격차 벌렸다 판단…침체 장기화 부담에 감산나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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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 1위 삼성전자가 7일 감산 계획을 깜짝 발표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치킨게임’이 조기 종료됐다. 이로써 공급 과잉 우려로 내리막길을 걸었던 D램 시장 가격이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과 “바닥을 찍었다”는 업계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 공급 과잉 마침표, 하반기 회복 전망에 힘 실어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 시간) 삼성전자의 감산 소식을 전하며 “업계 전반에 걸쳐 가격 급락을 가져온 공급 과잉의 종식을 향한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감산 발표 직후 삼성전자(4.33%)와 메모리 2위 SK하이닉스(6.32%), 3위 마이크론(시간 외 4.85%)의 주가가 모두 오르며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불확실성 해소를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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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르면 올 하반기(7∼12월)부터 반도체 고객사들의 메모리 재고 하락이 시작돼 내년에 반도체 시장 반등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말 보고서에서 “3분기(7∼9월) 업계 재고 안정화 및 하락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업황이 저점을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전략 선회(감산)가 확인될 경우 업황에 대한 눈높이가 제고될 것이라 판단한다”고 기대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도 올 1분기(1∼3월)를 저점으로 다시 회복세를 그리고 있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1분기 6000억 원(7일 잠정 발표) △2분기 8530억 원 △3분기 4조464억 원, SK하이닉스는 △1분기 ―3조6362억 원 △2분기 ―3조3275억 원 △3분기 ―2조4330억 원으로 예측됐다.
● 삼성전자, 업사이클 대비 충분히 끝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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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과거 치킨게임과 달리 ‘짧고 강한’ 출혈과 수요 침체의 장기화 가능성이 부담이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0여 개 업체가 난립했던 2007∼2009년 치킨게임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2008년 4분기 6900억 원, 2009년 1분기 6500억 원 등 1조3400억 원의 적자를 낸 뒤 승자로 살아남았다. 반면 올해 1분기엔 반도체 부문에서만 3조∼4조 원대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등 출혈이 컸다.
자금 투입 여력과 의지에 미치는 변수가 많아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경기 흐름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냥 메모리 경쟁에만 ‘올인’하기도 어렵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은 약 28조8700억 원으로 반도체부문 매출(98조4600억 원)의 29.3%를 차지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주요 업체들의 올해 생산량 조정 등으로 2024년 또다시 반도체 쇼티지(부족)가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며 “짧고 강하게 끝났던 이번 반도체 치킨게임의 성적표는 결국 내년에 받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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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