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앞부분에서 도파민 등 분비 “기억 관여 안한다” 기존 학설 뒤집어
기억 관리와 관련한 뇌의 부위를 확인하는 실험에서 설탕물을 좋아하는 쥐의 습성이 활용됐다. 물을 마시는 애완용 쥐의 모습. 위키미디어 제공
광고 로드중
그동안은 기억을 관리하는 데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뇌의 ‘전방 시상’이 오히려 기억을 오랜 기간 저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가상현실(VR) 게임을 하는 쥐의 뇌를 관찰한 연구 결과로, 기억에 관한 뇌의 새로운 비밀이 규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앤드루 토더, 조수에 레갈라도 미국 록펠러대 연구원 공동연구팀은 뇌에서 전방 시상이 기억 저장에 주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30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시상은 뇌 중앙에서 꼭대기에 있는 부위다. 감각 정보를 받아들인 뒤 이를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각 부위로 전달하는 곳이다.
금방 잊히는 기억과 오랫동안 남는 기억이 뇌에서 어떻게 선별되고 저장되는지는 학계의 오랜 관심사였다. 연구팀은 “중요한 기억을 식별하고 장기간 저장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새로운 회로를 전방 시상에서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고 로드중
실험 대상이 된 쥐는 약 3주 동안 각 골인 지점으로 가는 길을 학습했다. 각 방으로 가는 미로의 길목에는 게임상에서 접촉하면 현실에서 소리, 냄새, 시각 자극을 주는 특징적인 장애물들이 있어 쥐가 각 경로의 특징을 기억하는 것을 도왔다.
쥐가 기억을 토대로 움직이는지는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시간과 보상을 취하는 시간을 통해 파악했다. 더 좋은 보상이 있는 방으로 향하는 길을 기억한 쥐는 골인 지점까지 도착하는 데 보다 적은 시간이 걸렸다. 또 무제한으로 설탕물이 나오는 물통에 도달했을 때 더 오랜 시간 물통의 주둥이를 핥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쥐의 기억 행동이 관찰될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확인했다. 뇌 영상 촬영 장비를 활용해 전측대상회피질(ACC), 해마, 전방 시상 부위의 활성화 양상을 관찰했다. 전측대상회피질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다발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부위다. 쥐가 미로를 탐험하는 동안 이들 부위는 대부분 활성화됐다. 이 중에서도 전방 시상 부위의 활성화가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뇌의 각 부위가 기억 저장에 실제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조사하기 위해 각 부위의 활동을 억제하면서 다시 실험했다. 전측대상회피질과 해마의 경우 작용을 억제하거나, 이 부위에 있는 신경세포에 자극을 주고 활성화시켰을 때 쥐의 기억 행동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반면 전방 시상을 자극하니 쥐들의 기억 능력을 직접적으로 향상시켰다. 전방 시상에 자극을 받은 쥐는 가장 좋은 보상이 있는 목적지로 가는 경로뿐만 아니라 보상의 정도가 적은 다른 방으로 이어지는 길까지 기억했다.
광고 로드중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