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아시아 금융허브 홍콩 전경. 동아일보DB
중국 공산당의 통제 강화에 부담을 느낀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줄줄이 홍콩을 이탈하면서 차기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등이 경합 중이다. 한국의 역대 정부도 금융허브 전략을 표방했다. 하지만 구호에 그쳤을 뿐 글로벌 금융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이다.
세계 130개 도시의 금융 경쟁력을 평가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싱가포르는 최근 뉴욕, 런던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서울은 작년 9월 11위에서 한 계단 오른 10위다. 도쿄(21위)보다 높지만 홍콩(4위), 상하이(7위)에 비해 여전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세계적 금융회사 아시아 본부를 서울로 끌어들이는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을 내놨다. 최근엔 서울을 ‘세계 5대 금융도시’로 키우기 위한 계획을 서울시도 내놨다. 하지만 실제 유치한 해외 금융사는 없었다. 도리어 세계적 신탁회사 노던트러스트, 호주 맥쿼리은행 등이 한국을 떠났다. 반면 싱가포르는 조세 피난처 수준의 세제 혜택으로 글로벌 펀드를 운용하는 법인을 유치하고, 초고액 자산가 재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해 홍콩 탈출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래도 기회는 있다. 수준 높은 정보기술(IT)과 금융을 결합한 핀테크 산업 등에 특화해 역량을 집중한다면 전통적인 금융허브와 차별화된 미래형 금융 중심지로 한국도 거듭날 수 있다. 비(非)영어권이지만 세계로 확산된 ‘K컬처’ 열풍 등 매력자산도 외국 금융인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선 금융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무리한 규제, 불리한 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다. 한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한 지금이야말로 금융허브의 꿈에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