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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윤경림 대표 후보 사의… 또 혼돈

입력 | 2023-03-24 03:00:00

주총 9일 앞두고… 경영공백 장기화
여권 사퇴 압박-檢수사에 부담감
국민연금 ‘반대’에 현대차 가세 영향
31일 이후엔 비상체제로 운영될듯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인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대표 선임을 결정하는 주주총회 개최 9일 전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치권의 압박과 검찰 수사에 부담감을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사장이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KT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윤 사장은 전날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7일 차기 대표 후보로 공식 내정된 지 보름 만이자, 정기 주주총회를 9일 앞둔 시점이다. KT는 윤 사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통신업계는 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잇따른 사퇴 압박이 윤 사장의 사의 표명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KT 이사회가 내부 인사로만 구성된 대표후보군 쇼트 리스트를 발표하자 2일 윤 후보를 언급하며 “‘이권 카르텔’을 유지하려는 전형적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23일 윤 사장의 사의 소식이 전해지자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KT 등 민간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하고, 비정상적인 개입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한 시민단체가 윤 사장과 구현모 대표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도 윤 사장 사퇴 배경으로 꼽힌다. 검찰은 구 대표의 쌍둥이 형인 구준모 씨가 운영하는 자동차 소프트웨어 벤처 기업을 2021년 현대자동차가 인수하는 과정에서 당시 현대차그룹 부사장이었던 윤 사장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가로 윤 사장이 2021년 9월 KT 임원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총을 앞두고 KT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차기 대표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며 국민연금 측 입장으로 기운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윤 사장이 차기 대표로 선임되더라도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 왔다. 윤 사장은 22일 이사회 간담회에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버티면 KT가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는 아직 윤 사장의 후보 사퇴를 만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31일로 예정된 정기 주총은 예정대로 열 계획이다. 다만 대표이사 선임의 건은 안건에서 빠지며 이 경우 정관에 따라 윤 사장이 추천한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경영안정화태스크포스(TF)장의 사내이사 후보 자격도 무효가 된다.

이에 따라 KT는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구 대표 임기가 주총인 31일까지인 만큼 후임 대표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비상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KT의 소액주주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주주의 이익을 지키는 결정을 해달라”는 등 윤 사장 사퇴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반면 KT 노조는 “현재의 경영 위기를 초래한 이사진이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 관계자는 “모든 예산과 큼직한 투자 및 입찰 사업이 모두 중단돼 있는 상태”라면서 “절차대로 할 경우 이사회를 꾸려 공모 절차를 거친 뒤 임시 주총에서 대표이사를 뽑아야 하는데, 늦게는 6월 이후까지 대표 공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