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근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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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 후폭풍이 크다. 50조 원이 넘는 막대한 보조금 혜택을 앞세워 여러 나라 반도체 기업들을 미국 본토로 유인하면서 국가안보를 내세웠다. 10년간 중국 같은 우려국에서 반도체를 생산·증설 못 하게 막는 등 여러 단서조항을 달아 두었다.
미국뿐 아니라 대만, 중국 등 반도체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는 주요 국가들 또한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자국 내 반도체 클러스터를 더욱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미중 갈등과 자국 국익 우선주의가 반도체 글로벌 협업체계를 무너뜨리고 있어, 우리나라는 각계각층의 힘을 모아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시점이다.
반도체 산업은 기본적으로 건강한 생태계가 유지돼야 성공할 수 있는 산업이다. 허허벌판에서 소나무 한 그루만 덩그러니 있다면 튼튼하게 커질 수 없는 이치다. 1시간 내 근거리에서 소재, 장비, 설계, 패키지 강소기업들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또 고급 인력과 교류할 수 있는 대학, 연구소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생태계가 반도체 클러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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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를 활용하는 산업과 기술이 더 많아지고 더 복잡해졌다. 챗GPT, 자율주행, 딥러닝 등 AI가 활용되는 새로운 세상은 기존 하드웨어 중심 반도체 개념을 뛰어넘는 반도체 패러다임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대만 유수 반도체 기업인 TSMC의 경우, 대만 서부 신추시를 중심으로 이러한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는데 여러 팹과 관련 기업들, 그리고 대만 칭화대, 공업기술연구원(ITRI)이 위치하고 있다. 미국도 텍사스, 애리조나에 이러한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벨기에 루벤시에 글로벌 연구소인 아이멕(imec)을 중심으로 세계 반도체 제조사, 장비사들과 가톨릭 루벤대가 어우러져 연구개발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법 이행사항에서도 기업 지원의 주요 고려사항으로 제조·혁신 클러스터의 중요성과 확장을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는 ‘뭉쳐야 산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산업이다. ‘뭉쳐야 산다’를 반대로 풀어보면 ‘흩어지면 죽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도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계획을 세우고 여러 방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클러스터에 첨단 반도체 설계사, 제조사 그리고 국내외 소재, 장비 기업과 연구기관이 들어선다면 우리나라가 종합 반도체 국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면에서 더욱더 의미가 크다. 이번에 신설될 반도체 특화단지를 통해 정부, 학계, 기업의 역량을 결집시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시대에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근원지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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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