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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家 ‘75년만의 첫 상속 분쟁’ 진통

입력 | 2023-03-13 03:00:00

구광모 상대 모친-두 여동생 소송
“유언장 없는 사실 나중에 알아” 주장
지분 변동 등 경영권 영향 주목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가 구광모 ㈜LG 대표(사진)를 상대로 낸 상속회복청구 소송과 관련해 LG 내부는 물론이고 재계 전체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75년간의 승계 과정에서 분쟁이 한 번도 없었던 LG가(家)여서 배경에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1947년 고 구인회 창업주가 그룹 모태이자 LG화학의 전신인 ‘락희화학공업’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경영권은 물론이고 재산 관련 분쟁도 없었다. LG는 2, 3세 구자경·구본무 회장과 지금의 구광모 대표로 이어지기까지 ‘장자승계’ 원칙을 지키고 있다. 주변 형제들이나 동업자들은 스스로 물러나 지금의 LIG, LS, GS, LX그룹이 출범했다.

일각에선 이런 분위기 때문에 세 모녀가 구본무 회장 별세 직후에는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못 하다 뒤늦게 마음을 바꾼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4년 전 합의 당시 상속을 받는 당사자들이 의견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세 모녀 측도 “경영권 분쟁이 아니라 상속 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상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세 모녀 측은 또 “유언장이 없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LG는 “15차례 협의해 합의를 마무리한 사안인 데다 유언장 유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상속세마저 정상적으로 납부해 왔기 때문에 지금 와서 유언장을 이슈화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척기간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민법상 제척기간은 상속권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발생한 날로부터 10년이다.

이번 소송이 LG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관심사다. 세 모녀는 구 회장의 상속 재산을 법정 비율인 1.5(김 여사) 대 1(구광모 대표) 대 1(구연경 대표) 대 1(구연수 씨)로 나누자고 주장하고 있다. 김 여사 등은 올해 초 구광모 대표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김 여사 등의 요구대로 된다면 구광모 대표의 ㈜LG 지분은 15.95%에서 9.7%로 축소된다. 반면 세 모녀의 지분은 14.04%로 올라간다.

이현곤 새올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상속에 있어 구두든, 서류든 유언 그 자체보다 서로 간의 합의가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며 “또 통상 유언장의 유무도 확인 안 된 상태에서 합의에 이르렀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