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군이 미국으로부터 도입할 하푼 지대함미사일. 중국의 접근을 거부하는 비대칭 전력이 될 전망이다. [미국 국방부]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이 펑후 제도에서 대만군이 실시한 중국군 상륙작전 저지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대만 국방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은 대만에 주둔하는 군 병력을 현재보다 4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현재 대만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 30여 명 외에도 향후 몇 달 안에 100~200명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증원하는 병력은 대만군에 미군 무기체계를 훈련하고, 중국의 침공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훈련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마틴 메이너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확고하며, 대만해협과 지역 내 평화 및 안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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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대규모 무기 판매 승인
대만 공군의 F-16V 전투기 편대가 자국 방공식별구역을 초계비행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
미국은 대만에 무기도 적극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3월 1일 대만에 첨단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암람(AMRAAM) 200기와 AGM-88B 고속 레이더 파괴용 공대지미사일 100기 등 6억1900만 달러(약 8100억 원) 상당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이 미사일들은 대만 공군의 F-16V 전투기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군은 F-16의 초기형 버전인 F-16 A/B 141대를 최신형 F-16V로 성능을 개량하는 ‘펑잔(鳳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대만은 올해 말까지 펑잔 프로젝트를 완료할 계획이며 이와는 별도로 미국에서 제작한 F-16V 66대를 도입할 방침이다.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이번이 9번째다. 미국은 대만과 F-16V 전투기 후속 기술지원 계약도 체결했다. 규모는 14억4973만 대만달러(약 621억 원)고 기간은 5년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술진이 대만 남부 타이난 공군기지에 상주하면서 대만 기술진에게 관련 기술을 전수할 계획이다.
대만은 또 미국으로부터 AGM-84L 하푼 블록2 지대함미사일 460기를 도입한다. 하푼 지대함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280㎞로 대만해협을 넘으려는 중국 해군 함정은 물론, 중국 본토 항만이나 항만에 정박한 함정과 주요 군사시설 등을 타격할 수 있다. 하푼 지대함미사일은 중국의 접근을 거부하는 ‘대만판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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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월 21일 대만과 고위급 안보회담을 갖고 무기 지원 등 군사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AIT 미국 본부에서 비공개로 열린 이 회담에 미국에선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조너선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담당 부보좌관 등이, 대만에선 우자오셰 외교부장과 구리슝 국가안전회의 비서장 등이 참석했다. 미국과 대만은 1997년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에서 회의를 가진 이후 연례 안보 대화를 해왔다. 매년 7∼9월 열렸으나, 올해는 이보다 훨씬 앞당겨졌다. 이번 회담에선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처 방안과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가속화 등이 거론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눈에 띄는 점은 미국 의회가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2023∼2027회계연도에 대만에 연간 최대 20억 달러(약 2조6000억 원)씩 5년간 모두 100억 달러를 해외군사금융지원(FMF: 외국 정부가 미국제 무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자금이나 대출 등 금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형태로 제공하고, 이와 별도로 대통령 권한으로 연간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의 군사 지원이 가능한 2023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NDAA가 발효됨에 따라 미국 정부는 대만에 무기를 대거 지원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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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도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 확대 요구
게다가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을 확대하라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다. 하원에서 공화당 소속인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로저스 군사위원장 등은 2월 16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대만군에 대한 무기 지원과 훈련 예산을 더 책정하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중국이 갈수록 군사력으로 미국의 동맹을 압박하고, 최근 정찰풍선으로 미국 영공까지 침투했다”며 “미국은 동맹과 파트너가 중국의 침공에 맞서 자신을 지키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3차 세계대전 막을 최선의 방법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이 2월 자국을 방문한 미국 하원의원단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만 총통실]
그런가 하면 미국 정부는 AIT 회장에 대중 강경파인 로라 로젠버그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 국장을 임명했다. 로젠버그 회장은 바이든 정부에서 중국·대만 정책 실무 책임자로 활동했으며 최근 사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로젠버그 회장은 대표적인 대중 매파로, 대만과의 관계 설정에서 더는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속내를 드러내는 인사”라고 분석했다. 로이터 통신은 “로젠버그 회장은 전임자들보다 대만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실질적인 접근을 할 것이며, 내년 1월 열리는 대만 총통 선거 후보자들과 연락 채널을 유지하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선 대만 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과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 간 맞대결이 팽팽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벌써부터 국민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이 로젠버그 회장을 임명한 의도는 민진당 후보를 은밀하게 후원하려는 포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로젠버그 회장은 또 양국 간 군사협력 강화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대만의 군사협력 확대는 앞으로 동북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제질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80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