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공소장에 북송 강행과정 적시 文 前대통령 보고 여부는 안 담겨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사진)이 2019년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방침에 국정원 담당 부서가 반대한다는 말을 듣고도 ‘그냥 하라’며 밀어붙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당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서 전 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 답장을 보내는 기회에 어민들을 송환하기 위해 실무진의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신속한 북송 방침을 세워 실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9일 국회에 제출된 이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정 전 실장 등은 2019년 11월 2일 북한 어민들이 나포되자 같은 달 4일 문 전 대통령의 친서를 보내며 어민들을 송환해 북한과의 화해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을 보이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신속한 북송을 위해 문 전 대통령의 태국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수행으로 자리를 비운 정 전 실장을 대신해 노 전 실장이 11월 4일 대책회의를 주재했는데, 노 전 실장은 이미 정 전 실장으로부터 강제 북송 방침을 전달받은 후였다고 한다. 회의에서 김모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북송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으나 노 전 실장은 이날 오후 중 신속하게 북송 정당화를 위한 추가 법리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소장에는 문 전 대통령에게 언제 어떻게 이 사안의 보고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정 전 실장의 변호인은 검찰 기소 직후 낸 입장문에서 “정권교체 후 보복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수사”라며 “검찰은 대한민국 헌법을 단선적으로만 바라보고, 남북 관계를 대결적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