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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인삼공사 ‘주포’ 엘리자벳 발목 잡는 ‘4번 사로’ [발리볼 비키니]

입력 | 2023-03-09 15:40:00


KGC인삼공사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41.4%를 책임지고 있는 엘리자벳.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우리가 아는 엘리자벳(24·헝가리)의 모습이 아니었다.”

KGC인삼공사를 이끄는 고희진 감독은 8일 프로배구 여자부 6라운드 안방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에 3-2 역전승을 거둔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엘리자벳은 이날 양 팀 최다인 32점을 올렸지만 공격 효율은 0.205에 그쳤습니다.

사실 이날만이 아닙니다. 5라운드 때 0.337까지 올랐던 엘리자벳의 공격 효율은 6라운드 들어 0.225로 내려온 상태입니다.

6라운드 들어 공격 효율이 뚝 떨어진  엘리자벳

문제는 4번 자리 그러니까 전위 왼쪽입니다. (여기서 ‘자리’는 로테이션 선수가 아니라 실제 공격 위치를 뜻합니다.)

엘리자벳이 이 자리에서 기록한 공격 성공률은 △1라운드 43.5% △2라운드 36.2% △3라운드 40.7% △4라운드 31.7% △5라운드 56.5% △6라운드 현재 30.4%입니다.

이 자리에서 공격이 잘 풀리면 전체적으로 공격이 풀리고 아니면 아니었던 것처럼 보이지 않나요?

1~5라운드 누적 성공률은 42.0%였으니까 6라운드 들어 4번 자리 공격 성공률이 12%포인트 가까이 빠졌습니다.

전·후위 모두 가운데에서는 사실 공격 시도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문제는 이 자리에서 블로킹에 걸리는 일이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엘리자벳은 1~5라운드 때 이 자리에서 공격을 319번 시도해 28번(8.7%) 상대 블로킹에 걸렸습니다.

6라운드 때는 46번 중 6개(13.3%)가 가로막혔습니다. 상대 블로킹에 당하는 비율이 53.5% 늘어난 겁니다.

엘리자벳이 4번 자리에서 직선 코스 공격을 시도할 때 애를 먹는 이유 역시 이 때문입니다.

블로킹을 이겨내야 하는 코스에서는 성공률이 떨어집니다.

엘리자벳이 이 자리에서 블로킹이 걸리는 일이 늘어난 건 외국인 선수와 맞붙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5라운드 때는 엘리자벳이 이 자리에서 공격을 시도한 랠리 166번 가운에 72번(43.4%)만 상대 외국인 선수가 전위에 있었습니다.

6라운드 때는 142번 가운데 91번(64.1%)으로 이 비율이 1.5배 정도 늘었습니다.

외국인 선수는 대부분 오퍼짓 스파이커라 블로킹 때 상대 4번 자리를 지키는 일이 많습니다.

GS칼텍스 외국인 선수 모마와 맞선 상태로 4번 자리에서 공격 시도 중인 엘리자벳.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물론 고 감독 말처럼 “짧은 시간이라도 연습을 통해 교정하면” 이를 바로 잡을 수도 있을 거고 이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2번 자리(전위 오른쪽)는 물론 1번 자리(후위 오른쪽)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건 외국인 블로커 영향일 확률이 높습니다.

외국인 블로커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로테이션 순서를 살짝 조정해도 됩니다.

어느 쪽이든 확실한 건 엘리자벳이 ‘4번 사로’에서 ‘영점’을 빨리 잡을수록 KGC인삼공사도 ‘봄 배구’에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황규인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