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구례 화엄사에서 열리는 4대 종교 평화음악회 를 앞두고 연습 중인 정율 스님(왼쪽에서 세번째). 천안=양회성 기자 yohan@donga.ccom
엄숙한 사찰에서 목사가 이런 노래를 부른다면 과연 어떨까. 해우소에서 혼자 하는 콧노래도 아니고 관객 앞에서. 반대로 경건한 성당에서 스님이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를 부른다면….
실제로 이런 종교를 초월한 공연이 열린다. 11일 오후 1시 홍매화 가득한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열리는 4대 종교 평화 음악회 ‘수도자들의 영혼의 울림’이 그 첫 무대. 버스킹 형식으로 열리는 이 공연에는 노래를 통해 포교하고 사목하는 불교(정율·무상 스님), 원불교(한청복·김성곤 교무), 천주교(정범수 신부), 기독교(김선경·구자억 목사) 등 종교인들과 합창단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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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율 스님. 양회성 기자 yohan@donga.ccom
운문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원광대 음악교육학과에서 성악을 전공한 정율 스님은 40여년간 음악 포교 활동을 해오고 있다.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해오름극 등 그가 선 크고 작은 무대만 1000여 회.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종교 간의 벽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명동 성당에서 아베마리아를 부르고, 기독교 신자들의 부부 노래 부르기 행사에도 참석해왔다. 2009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세인트 마이클 한인 천주교 성당에서 독창회를 가졌는데, 그때까지 미국 한인 사회에서 스님이 성당에서 음악회를 가진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주변의 도움도 컸다. 이번 화엄사 버스킹도 종교의 벽을 허물자는 공연 취지를 들은 덕문 주지스님이 흔쾌히 허락해 성사될 수 있었다.
그의 노래에 대해 불교계에는 “한 시간 설법을 듣는 것보다 정율 스님 찬불가 한 곡 듣는 것이 훨씬 낫다”라는 평이 있을 정도다. 정율 스님은 “모두가 아주 힘들고 어려운 시국에 유서 깊은 고찰에서 신부, 목사, 교무, 스님 등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한마음으로 화합하며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자신 주위의 인연을 돌아보고 힐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