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낙태 금지하는 사회, 그녀는 어떻게 맞섰나

입력 | 2023-03-01 03:00:00

영화 ‘콜 제인’ 8일 개봉
1만2000명 낙태 도와준 ‘제인스’
중산층 가족 이야기 통해 조명
美서 최근 낙태권 쟁점화로 주목



영화 ‘콜 제인’에서 주인공 조이(엘리자베스 뱅크스·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안전한 임신 중단을 돕는 단체 ‘제인스’ 사무실에서 활동가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활동가 자녀를 보고 있다. 누리픽쳐스 제공


1968년 미국 시카고. 유능한 변호사 남편을 둔 주부 조이(엘리자베스 뱅크스)는 늦둥이 아이를 임신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돌연 기절해 병원에 실려가고, 심근병증 진단을 받는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유일한 치료 방법은 임신을 중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남성으로만 이뤄진 병원 이사회는 “아이를 건강하게 낳을 확률도 있다”며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다. 남편마저 “법을 어길 수는 없다”며 반대한다. 절망한 조이는 유산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다가 여성들로만 이뤄진 비밀 단체 ‘제인스’를 만나게 된다.

미국 여성들의 임신중단권 이야기를 담은 영화 ‘콜 제인’의 도입부 줄거리다. 8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미국에서 낙태가 법으로 허용되기 전 1만2000여 명의 여성이 안전하게 시술받도록 도운 실존 단체 ‘제인스’를 모티브로 했다.

영화는 낙태권을 위해 과격한 방식으로 시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에 낙태와는 거리가 멀 것 같았던 중산층 주부 조이가 겪게 되는 변화를 따라가며 관객이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임신 중절을 선택할 때 그녀를 관통하는 정서는 외로움이다. 사랑하는 남편조차 낙태를 꺼리는 상황에서 조이 앞에 놓인 선택지는 암담하다. 시궁창 같은 무허가 아파트에서 불법 시술을 받거나, 유산을 바라며 스스로 계단을 구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겪는 마음과 몸의 고통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

하지만 제인스를 만나며 그녀의 삶은 바뀐다. 제인스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사정이 있는 여성들의 사연을 받아 최대한 안전한 공간에서 시술을 받도록 돕는다. 시술이 끝난 후에는 따뜻한 스파게티를 만들어주며 어려운 선택을 한 여성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조이는 이 단체에서 일하게 되면서 여성 낙태권 운동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돕게 된다. 제인스를 창립한 버지니아 역은 배우 시고니 위버가 연기했다.

‘콜 제인’은 최근 낙태권 논쟁으로 들끓는 미국 사회에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낙태권의 역사는 ‘콜 제인’ 배경인 1960,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 연방대법원은 1973년 여성의 임신 중단 권리가 헌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기념비적인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이다. 이 판결로 미국 여성들은 임신 첫 3개월 동안은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완전히 보장받아 왔고, 그 이후 3개월 동안은 제한적으로 낙태가 가능했다. 영화가 모티브로 삼은 제인스는 이 판결 이전까지 여성들이 안전하게 낙태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지난해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며 각 주마다 법을 제정해 낙태를 전면 금지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판결에 대해 “비극적 오류”라며 여성의 임신 중단 권리가 보장 받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우마 서먼, 밀라 요보비치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자신의 임신 중단 경험을 고백하며 낙태권을 지지하고 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