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도중 눈을 감은 채 손으로 턱을 만지고 있다. 이날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재석 의원 297명 중 과반에 미달해 부결됐지만 찬성표가 139표로 반대표(138표)보다 많았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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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이탈표라고 본다. 이재명 대표 흔들기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 누구인지를 놓고 보면 답이 나온다.”(친이재명계 핵심 관계자)
“비명(비이재명)계가 미리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건 친명의 주장일 뿐, 나도 깜짝 놀랐다.”(비명계 중진 의원)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두고 민주당 내 친명과 비명 진영이 28일 정면 충돌했다. 친명계가 주축인 당 지도부는 “비명계가 조직적으로 세를 규합했다”고 비명계를 겨냥했다. 비명계는 “이심전심이 통했을 뿐”이라며 “원인을 제공한 이 대표와 지도부 탓”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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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명 “친문·비명계가 세 규합”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인 지난달 27일 밤부터 친명계 지도부 일각에서 ‘기획 투표’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28일 MBC라디오에서 “(표결 앞둔) 주말에 별도 모임을 갖고 다른 의견 표시를 하자는 의사표현들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런 의사표현을 할거면 당당하게 의총을 다시 요구하거나 최소한 표결 이전에 당에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의견을 전달하는 게 맞지 않냐”고 따져물었다. 당 미래사무부총장인 친명계 김남국 의원도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표결 하루이틀 전부터 (비명계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전화를 돌리면서 표를 모으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친명계 관계자는 “‘민주주의 4.0’ 등 친문(문재인)계 의원들과 (반이재명계를 포함한) 비명계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길’ 멤버들이 중심이 돼 대거 표 이탈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세 규합이 있었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친명계 일각에선 “찬성표를 찍은 의원들을 색출해 내야 한다” 등 강경한 발언들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두고 비명계 의원들이 권력 다툼에 시동을 걸었다는 것. 한 친명계 초선 의원도 통화에서 “그렇게 한다고 공천 주겠나.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 그런 심보 같다”고 비판했다.
● 비명계 “색출이라니 끔찍하다”
비명계는 “미리 짰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기획투표설’을 일축했다. ‘민주당의 길’ 소속 의원은 “‘강경한 비명계’ 17명이 가결표를 던진 거고, 내심 불편했던 사람 20명이 무효와 기권표를 낸 것”이라고 했다.
김영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반란’이란 표현은 조금 과한 것 같다”며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지 않나. 일부 의원이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한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 측근 모임인 7인회 소속으로 재·보궐선거 이후 이 대표와 거리를 두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그동안 침묵해 오던 다수 의원이 처음으로 행동에 나선 것인데, 친명계에서 도리어 ‘색출하라’란 말이 나오니 끔찍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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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당장은 비명계 차원의 조직적 행동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중진 의원은 “다들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당분간은 의원들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길’도 이날 예정돼 있던 정기 모임을 취소했다. 전날 체포동의안 표결 후폭풍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단합’을 강조하며 비명계 달래기에 나섰다. 당 지도부는 ‘조직투표론’을 제기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는 한편, 이 대표는‘개딸’ 등 강성 지지층에게 비명계 색출전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투트랙’ 전략으로 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고위전략회의에서 “이번 일이 당의 혼란과 갈등의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 특히 의원 개인의 표결 결과를 예단해 (가결표 예상) 명단을 만들어 공격하는 행위는 당의 단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고 안호영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