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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소아응급 전문의 배치 의무화

입력 | 2023-02-23 03:00:00

尹 “건강보험 모자라면 재정 투입”
‘의대 쏠림’ 범부처 해결책도 추진




정부가 전국 상급종합병원(현재 45곳)에 소아응급 전문의를 의무 배치하고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의료진에게 전화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24시간 상담센터를 열기로 했다. 소아 중환자실을 확충하도록 유도하고 중증 어린이 환자를 담당하는 공공전문진료센터를 14곳까지 늘린다.

보건복지부는 이처럼 어린이 응급 및 중증 환자를 위한 공공인프라를 우선적으로 늘리고, 의료진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내용의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22일 발표했다.

소아청소년과는 최근 진료 대란이 벌어질 정도로 필수의료 분야에서 가장 취약하다. 합계출산율 0.78이라는 초저출산으로 환자 수가 줄어들자 문을 닫는 병·의원이 늘어나고 의사들의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어린이병원 찾은 尹대통령 “소아과 기피, 의사 아닌 정부 잘못”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어린이 입원 환자를 만나 격려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의사가 소아과를 기피하는 것은 의사가 아닌 정부 정책 잘못”이라며 “아이들 건강을 챙기는 것은 국가의 최우선 책무”라고 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의사가 소아과를 기피하는 것은 의사가 아닌 정부 정책 잘못”이라며 “건강보험이 모자라면 정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바꾸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 건강을 챙기는 것은 국가의 최우선 책무”라고 강조했다. 필수의료 강화에 국고 투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로만 가는 ‘의대 쏠림’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범부처 솔루션’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가가 적자 보상… 어린이 진료센터 14곳으로 확대


소아 ‘진료대란’ 개선책
전문의 상주-24시간 응급서비스 등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평가때 반영
전문 응급의료센터 8곳 →12곳으로



보건복지부가 22일 발표한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은 어린이 응급 환자와 중증 환자에 대한 의료 인프라 강화가 그 핵심이다. 밤중에 갑자기 아픈 아이가 ‘구급차 뺑뺑이’를 도는 것을 막고, 소아암 등 중증 어린이 환자가 서울로 ‘원정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현상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정책 간담회에서 “소아진료 문제를 이대로 놔둘 수 없다. 교육·돌봄 환경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는데 아이들이 아파도 갈 데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 대형병원에 소아응급 전담 의사 배치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 중 36곳에서 어린이 응급 환자를 받지 않거나 일정 시간에만 진료를 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서울 주요 병원 중에서도 소아응급실 운영이 축소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응급실에 소아응급 전담 전문의를 24시간 상주시키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대형병원들은 3년 주기로 상급종합병원 재지정 평가를 받는데 △24시간 소아응급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소아응급 전담 전문의를 배치했는지 등을 평가 기준에 넣겠다는 것이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2027년부터 상급종합병원에서 퇴출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돼야 병원에 지급되는 수가(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진료비)가 올라가는 만큼 병원들이 소아 응급 진료를 강화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는 현재 전국에 8곳 있는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도 2024년까지 12곳으로 늘린다. 상대적으로 증세가 가벼운 아이들이 밤중에도 이용할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을 현재 34곳에서 100곳으로 늘린다.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 전화로 의료진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24시간 소아전문 상담센터’ 시범사업도 올해 하반기 중 시작할 계획이다.

중증 어린이 환자를 진료하는 공공전문진료센터가 현재 전국에 10곳 있는데, 비수도권 위주로 4곳을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는 운영 중 적자가 발생하면 건보료로 이를 메워 주는 ‘사후보상’ 제도도 운영한다.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도 5곳을 육성할 계획이다.

소아의료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병원 입장에서 소청과가 ‘돈이 안 되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된 소청과 진료비는 5134억 원으로, 9년 전(7161억 원)에 비해 2000억 원 이상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병원에 지급되는 소아 중환자실과 신생아실 입원수가를 인상하고, 0세 아이가 일반병동에 입원할 경우엔 입원료를 50% 가산해 주기로 했다.



● ‘의대 쏠림’에도 의사 부족…“정원 확대 필요”

정부는 필수의료 회복을 위한 근본 대책은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한 의사 수 확보라고 보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2일 브리핑에서 “부족한 의료 인력을 확충하고 지역별, 과목별 불균형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가장 적합한 의대 정원 규모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멈춰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문제 삼으며 이달 의정협의체 운영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의대 쏠림’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복지부 등이 대책을 제시하고, 대통령실이 이를 조정하는 범부처 솔루션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수한 젊은 인재가 의료계로만 몰리는 현상이 현 정부가 주력하는 반도체 등 첨단기술 인재 육성뿐만 아니라 교육개혁, 건강보험개혁 등 각종 개혁과제와도 맞물려 있다는 인식에서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