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장관회담 뒤 귀국길서 밝혀 日기업 배상참여 입장 고수 취지 “기시다, ‘결단의 정치인’이라 자평” 정상회담 통한 해결에는 선 그어
박진 외교부 장관이 20일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참석 후 귀국길에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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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부 장관이 20일 한일 간 막바지 협상 중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두고 “우리가 양보할 가능성을 상정하고 있진 않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독일 뮌헨안보회의(MSC) 참석 후 이날 귀국길에 기내 등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은 쟁점들에 대해 양국의 정치적 결단을 표명할 시기가 됐다고 해서 한국이 먼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끝까지 진정성을 갖고 각급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도 말했다. 일본 피고 기업(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의 배상 기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입장을 계속 일본 측에 설득해나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서 한일 외교 당국이 막판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핵심 쟁점은 일본 피고 기업의 금전적 기여 여부다. 피해자 또는 그 유족에게 직접 배상하는 길이 최선이지만, 피고 기업들이 거부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대신 변제할 때 여기에 참여하는 방식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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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관은 인터뷰에서 “(한일이) 상대방 입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만큼 한일 관계 마지막 고비를 넘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적 결단이 반드시 정상회담을 통한 해결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번 장관 회담에서도 일본 측과 정상회담 관련해선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 대신 “한일 정상이 서로 신뢰 관계를 갖고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풀어나가면 (정치적 결단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제징용 문제가 풀리면 정상회담은 자연스럽게 성사될 수 있는 만큼, 한일 정상 간 입장을 조율해 정치적으로 푸는 게 우선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MSC에서 많은 국가들이 한일 관계 개선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토론 중간에 박수를 받은 일화도 소개했다. 18일(현지 시간) 인도태평양지역 안보 관련 토론 세션에서 박 장관은 “일본과는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법치라는 공통 가치를 갖고 있다”면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이 회의가 끝나면 바로 하야시 외상과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한일 관계를 단순히 양자 관계로만, 제로섬 게임으로 볼 게 아니라 뮌헨회의의 화두인 ‘시대전환기(Zeitenwende)’에 어떤 관계로 만들어 갈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혀 캐나다 외교장관 등 참석자들이 큰 박수로 응원했다고 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등과의 면담과 관련해선 “(피해자들의) 의견을 경청해 이를 바탕으로 당연히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분들(피해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일본 측에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일본도 회담에서 이러한 피해자들의 의견을 이미 알고 있고 매우 큰 관심을 보였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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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