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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무릎 꿇은 ‘로톡’… 직원 절반 줄이고 신사옥 내놔

입력 | 2023-02-20 17:23:00

뉴스1


변호사 단체와 갈등을 벌이던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이 결국 무릎을 꿇었다. 로톡을 운영하는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앤컴퍼니’가 직원 90여 명 중 절반을 감원한다는 목표로 희망퇴직 접수에 나선다. 지난해 6월 입주한 신사옥도 내놓는다. 변호사 단체와의 갈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익성에 타격이 온 데 따른 조처다.

20일 로앤컴퍼니에 따르면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17일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열고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외생 변수를 극복하지 못해 직원들에게 많이 미안하고 마음에 큰 책임을 느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앤컴퍼니는 이번 주 내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희망퇴직 대상자들은 다음 달 말까지 근무하고 두 달 치에 해당하는 퇴직 위로금을 받게 된다. 남은 직원들은 연봉이 동결되고, 경영진은 임금이 삭감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서울 강남역 인근 사무실로 확장 이전한 사옥을 내놓고, 직원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하기로 했다.

2014년 2월 세상에 나온 로톡은 법률서비스가 필요한 의뢰인들이 자신에게 맞는 변호사를 직접 플랫폼에서 탐색해 사건을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법률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가 해소되고 국민의 사법 접근성이 높아지는데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로앤컴퍼니는 2021년 230억 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금 4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방문자 수는 2300만 명으로 서비스 출시 이래 최대치였다.

하지만 변호사 단체와의 갈등이 장기간 지속하면서 수익 악화를 피할 수 없었다. 로앤컴퍼니는 로톡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인 2015년 3월부터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서울지방변회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으로부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세 차례 고발을 당했지만 모두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거나 불송치 결정이 났다. 한국법조인협회로부터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으나 이 역시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대한변협이 전자상거래법 및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로앤컴퍼니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으나 결과는 ‘무혐의’ 처분이었다.

로앤컴퍼니는 계속해서 불송치, 불기소, 무혐의 등의 처분을 받았지만 대한변협과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로톡 변호사 회원 수는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대한변협이 로톡 가입 변호사 9명에게 내린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은 직격타가 됐다. 2021년 3월 3966명에 달했던 가입 변호사 수는 절반 가량인 2000명대로 떨어졌다. 변호사 주력 분야와 활동 지역 등에 대해 특정 기간 노출시키는 내용으로 월 정액제 광고 상품을 판매해 수익을 창출해왔던 로톡 입장에선 그만큼 수익에 타격을 받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신속하지 못한 대응이 로앤컴퍼니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2021년 변협의 탈퇴종용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의 금지 행위에 해당하고, 표시·광고법상 위반으로 제재 대상에도 해당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변협에 통보했다. 하지만 그 수위를 결정하는 전원회의 기일 지정은 계속 연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변협의 법 위반 의혹에 대한 공정위의 심의 결과가 조만간 나올 예정이지만 희망퇴직을 받지 않으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