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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 모욕에 캐디 극단선택…법원 “직장내 괴롭힘 맞아, 회사 배상해야”

입력 | 2023-02-19 12:17:00

ⓒ News1 DB


“골프장에서 경기보조원(캐디)으로 근무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입니다. 캐디도 노동자로 보호가 될까요? 2년 동안 끊임없이 갑질을 당해 이젠 더 버티기 힘들어 여쭤봅니다.”

법원이 상사의 지속적인 괴롭힘 끝에 극단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캐디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다. 또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은 사용자에 책임을 물었다

19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1부(판사 전기흥)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2020년 9월 극단선택을 한 캐디 A씨의 유족이 가해자 B씨와 건국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9년 7월부터 경기 파주의 건국대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한 A씨는 이듬해 9월 극단선택으로 사망했다. 배경에는 “뚱뚱하다고 못 뛰는 거 아니잖아” 등 모욕적인 발언을 지속적으로 한 상사 B씨의 괴롭힘이 있었다.

정부기관은 A씨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A씨의 유족이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지만 노동부는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근로복지공단도 A씨가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고 유족의 유족급여와 장의비 청구를 거절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는 캐디들을 총괄, 관리하는 지위상 우위를 이용해 A씨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고 근무 환경을 악화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다. 이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직장 내 괴롭힘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재판부는 건국대 법인에 대해 “A씨가 동료 캐디들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며 극단선택을 하기 한 달 전 B씨에게 항의하는 인터넷 게시글을 남겼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A씨가 남긴 인터넷 게시글을 삭제하고 인터넷 카페에서 A씨를 탈퇴시켰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의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B씨의 불법행위에 사용자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장갑질119는 “여전히 직장갑질 사각지대가 많다”며 “특히 특수고용자, 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하청노동자 등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가 많아지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의 사용자,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조항에 원청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그동안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인 근로자 여부만을 기준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했다”며 “이번 판결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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