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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생존법은 ‘겸손함’[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입력 | 2023-02-15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그 사람은 아는 게 참 많아”라는 것이 칭찬이던 때가 있었다. 똑똑하고, 시험에서 실수하지 않고 높은 점수를 받으면 인재가 될 수 있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오픈AI의 인공지능(AI) 대화형 챗봇 ‘챗GPT’는 이러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연 우리는 AI보다 양적으로 더 많이 알 수 있을까? 머릿속에 든 지식이 많아서 ‘답’을 잘 맞히는 능력의 중요성은 이미 떨어졌다. 그런 능력은 이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최근 만난 한 대학교수는 챗GPT를 써본 후 기계가 웬만한 석사급 논문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서 미래 교육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한 컨설팅 회사 임원은 챗GPT가 직원들이 작성했을 법한 수준의 보고서를 쓰는 것을 보고 세상의 변화를 기대와 두려움 속에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CNN방송 앵커 앤더슨 쿠퍼는 챗GPT 관련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오프닝에서 자신이 한 말의 원고를 챗GPT가 썼다고 밝혔다. 테슬라에서 AI 책임자로 일했던 안드레이 카파시는 자신이 쓰는 코드의 80% 이상을 기계가 해준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누구나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에는 ‘질문’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진다. 실제 챗GPT와 마주하여 대화를 이어 나가려면 내가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과거 답을 아는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잘난 척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답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그런 능력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반대로 질문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고 이를 인정한다는 것을 뜻한다. 역설적이지만 ‘모르는 것’을 잘 찾아내는 능력이 답이 널려 있는 시대에는 더 중요해진다. 이런 배경에서 전문가들은 똑똑한 사람의 개념이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겸손함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버지니아대 경영대학원 에드워드 헤스와 캐서린 루드위그는 “겸손함이 새로운 스마트함”이라고 정의 내린다. 구글의 전 수석부사장이었던 라슬로 보크는 구글의 중요한 채용 조건으로 ‘지적 겸손함’을 들었다. 올 1월 말 세상을 떠난 조직문화 연구 개척자이자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 에드거 샤인 교수는 불확실성이 높은 새로운 세상을 보면서 “겸손한 질문”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 애덤 그랜트 교수는 리더십의 핵심을 ‘자신감 있는 겸손함(confident humility)’이라고 최근 소개했다. 역시 경영학 분야 작가로 유명한 짐 콜린스는 리더의 핵심 속성을 개인적 겸손함과 전문성의 ‘역설적 혼합’이라고 이야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이끌고 있는 사티아 나델라 대표는 지난 1월 챗GPT 관련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선보이는 AI 기술은 과거의 AI 기술과는 판이하며, 이렇게 발전된 기술을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에 우리가 알고 있던 기술을 의도적으로 잊어버리고(unlearn), 새롭게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는 영역에 머물지 않고 모르는 것을 찾아 계속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겸손함이 중요하다.

헤스와 루드위그는 새로운 시대의 스마트 리더를 “상대방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는데 자신이 모든 해답을 갖고 있다는 오만한 태도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해답을 갖고 있지 않으며 다른 사람과의 대화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겸손함을 보일 때 서로에게 이익과 성장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불확실성과 복잡성의 시대에 그 어느 누구도 과학 기술은 물론 사업 프로젝트의 방향까지도 혼자서 답을 찾아내기는 힘들다. 나델라 대표 역시 챗GPT 시대를 전망하며 이제는 사람들을 모으고 대화하고 연결하는 소프트한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고 이를 스스로 인정하고 질문을 나누며 다른 사람에게 겸손함을 표현할 수 있는가? 나는 다른 사람이 함께 대화하고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 똑똑하고 능력 있는 인재의 의미가 AI 시대에 어떻게 바뀌어 가고 있는지 알고 먼저 변화해야 앞으로 생존과 성장을 할 수 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