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동원으로 노역하다 목숨을 잃은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나 1심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부장판사 이기선)는 14일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니시마츠건설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니시마츠건설)는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원고들의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보면 청구권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전제한 뒤 “여러 대법원 판결들 중 어떤 판결이 나온 때로부터 기산해야 하는지가 이 사건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 피해자 김모씨는 일제강점기 당시 함경북도 부령군 소재 군수사업체에서 근무하다 광복 전인 1944년 5월 숨졌다.
이후 2019년 6월 유족 측은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돼 노역하다 숨진 피해자에 대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을 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이 시점 이후부터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이춘식씨 등 강제동원 피해자 4명에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개인의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낸 바 있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2012년 5월 하급심 판단을 뒤집고 신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며 관련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는데, 이듬해 7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은 원고인 유족 측에게 일본제철이 1억원을 지급하도록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 신일본제철을 비롯한 일본 기업들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했고, 이를 행사할 수 있는 장애사유도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로 해소됐다며 맞섰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 자체는 유지된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