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이 보내준 천사가 신에게 돌아갔다”
6일 잔해 속에서 기절해있던 나좌가 구조대의 인기척을 느끼며 깨어났을 때 남편 하산(37)은 그와 모하메드를 감싼 상태로 숨져있었다. 친척들이 잔해 속으로 손을 내밀었지만 가족이 모두 죽은 줄 알았던 나좌는 구조되기를 거부했다. 사촌인 무스타파 셰이크는 “나좌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이 곳에 묻히게 해달라고 소리쳤다”고 11일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다행히 큰 아들 무니르 이비쉬(12)는 지진으로 집이 흔들리자 창문으로 대피해 목숨을 건진 상황이었다. 둘째 모하메드도 구조 당시엔 엄마와 함께 살아있었다. 하지만 다리에 중상을 입고 입원해있는 나좌에게 친척들은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친척들은 “이미 남편을 잃은 나좌가 받을 충격이 너무나 클 것 같다”고 했다.
지진 발생 8일 째인 13일 현재 사망자는 3만6000명을 넘어섰다. 부상자도 9만2600명에 달한다. 12일 튀르키예 인근 사이프러스섬의 파마구스타에서는 배구 경기를 위해 튀르키예 아디야만을 찾았다가 지진으로 숨진 학생선수단의 장례식이 열렸다. 이들이 묵고 있던 호텔 건물이 무너져 11~14세 사이의 학생 24명과 학부모 10명, 교사 4명, 코치 1명 등 39명의 선수단이 모두 숨졌다. 숨진 아이의 어머니는 장례식에서 “내 아들은 배구 챔피언이 되는 게 꿈이었다. 숨진 내 아들은 챔피언이었다”며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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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자들 추위·전염병 ‘2차 재난’ 위험
하지만 생존자들은 추위와 전염병 등 2차 재난에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12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생존자들이 갈 곳이 없어 차 안에서 노숙하거나 열약한 텐트촌 등에서 추위와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푸아트 옥테이 튀르키예 부통령은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임시 대피소에 있다”고 밝혔다.
현재 텐트에서 가족과 함께 머물고 있는 아브니 불루트 씨는 “이곳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진으로 죽은 친척의 장례식에 가기 위해 이틀 전 이즈켄데룬에 갔는데 그곳에는 텐트마저 없었다”고 했다. 자가용에서 지내는 버스 어소이 씨는 “어린 딸과 함께 탈출했는데 텐트는 밤이 되면 너무 추워 머무를 수가 없다.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토로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 방송에서 “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에서 콜레라 확산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