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 제도를 도입하면서 영장 청구 단계에서 어떤 검색어로 압수수색을 진행할지 미리 제시하라고 해 검찰과 갈등을 빚고 있다. 법원은 “과도한 신상털이식 압수수색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란 입장이지만 검찰은 “디지털성범죄와 마약, 간첩 등의 수사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 검찰 “수사 실무 이렇게 몰라서야”
1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법원행정처는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때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 검색대상기간 등 집행계획’을 적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압수수색 과정에서 제출하지 않은 검색어로는 검색할 수 없고, 만약에 검색하더라도 파일을 압수할 수 없게 된다.대검찰청
검찰 관계자는 “텔레그램을 통해 조직적으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이른바 ‘박사방’ 사건에서도 파일명이 여러 은어로 변형돼며 동영상이 제작 유포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검찰이 압수한 성착취물 파일명을 보면 파일명을 여고생을 뜻하는 비속어인 ‘ㄱㄷㅇ’로 해 놓는 등 은어를 사용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증권1’, ‘증권2’ 등 증권 관련 파일로 위장하거나 단순 숫자, 의미를 알 수 없는 알파벳 나열 등으로 변형한 사례도 있었다. 어떤 파일명으로 위장할지 모르니 법원에 미리 검색어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 법원 “특수성 설명하면 광범위한 검색 허용”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검사가 검색어 등을 미리 제출하면 법원은 사안의 실체 및 압수수색이 필요한 대상과 범위를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압수수색 집행계획을 참고해 영장 발부 여부 및 영장의 대상과 범위를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의 우려는 과하다. 마약수사 등의 특수성을 충분히 설명한다면 아예 검색어를 제한하지 않거나 검색어를 일정 정도 제한하되 다소 광범위한 유형의 검색을 허용하는 영장 발부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