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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수술… 반복 수급자 금액 깎는다

입력 | 2023-01-30 03:00:00

정부, 미자격자 수급 등 실태 조사
6월까지 제도 개선안 마련하기로




정부가 반복 수급, 미자격자 수급 등 각종 문제점이 지적됐던 실업급여 제도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술에 나선다. 29일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실업급여 수급자들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6월까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실업급여는 원치 않게 직장에서 퇴직한 실업자의 생계를 지원하고, 재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1995년 도입됐다. 하지만 특정인이 반복적으로 급여를 타 내거나 수급 조건에 미달하는데도 편법을 동원해 급여를 받는 등의 사례가 꾸준히 발생했다. 급여를 받은 뒤 제대로 된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이 4년 만에 인상되면서 이런 부정 수급자들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는 반복 수급을 막기 위해 5년간 6번 이상 수급할 경우 급여액을 최대 50%까지 깎고, 신청 후 수급까지 대기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수급자들의 구직 활동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상반기(1∼6월)까지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고 급여를 받기 위해 필요한 ‘실업 전 최소 취업 기간’도 늘리는 방향의 개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실업급여, 하한액 낮추고 최소 취업기간 요건 늘려… 구직활동 유도



반복수급자 금액 깎는다

3번째 수급부터 수령액 삭감
고용보험법 등 연내 통과 추진
근로빈곤층 조기 취업수당 신설



정부가 추진하는 실업급여 제도 개선안의 핵심은 수급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고 이들이 구직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드는 것이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놀면서 실업 급여만 타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다. 실업급여는 비(非)자발적 퇴직자들이 재취업을 할 때까지 돕는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일하지 않아도 돈을 받을 수 있고 실업을 할 때마다 반복 수급이 가능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왔다.
● 제도 악용 막기 위해 실태 조사

특히 최저임금의 80% 수준으로 연동되는 실업급여 하한액이 문제로 지적됐다. 문재인 정부 이후 최저임금은 2017년에서 2023년까지 6년 새 48.7% 오르는 등 가파르게 상승했다. 최저임금과 연동(최저임금액의 80% 수준)되는 실업급여 하한액도 크게 올랐다. 올해는 월 최소 185만 원 수준이다.

구직자들 사이에서 “최저임금 월급 201만 원에서 각종 세금을 뺀 금액을 감안하면 실업급여를 받는 게 더 이득”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 결과 2017년 120만 명대에 불과하던 실업급여 수급자 수는 5년 새 40%가량 증가했다.

고용부는 실업급여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 재취업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2019년 실업급여가 개편된 지 4년 만에 정부는 관련 실태 조사를 준비 중이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노사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쳐 개선방안을 상반기 내 마련할 예정이다.

하한액을 낮추는 것은 물론이고 실업 전 직장에서 최소 180일간 근무해야 한다는 최소 취업 기간 기준도 더 늘리는 방향을 고려 중이다. 최소 취업 기간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 12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된 뒤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있는데, 이로 인해 지나치게 단기간 취업한 뒤 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12월 조세재정연구원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피보험기간을 10개월 이상으로 늘리고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60%로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업과 퇴사, 그리고 실업급여 수급을 쳇바퀴 돌듯 반복하는 ‘반복 수급자’ 대책도 마련된다. 고용부는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고용보험법,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이 올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급여 반복 수급 시 신청부터 수급까지 대기 기간을 1주에서 4주로 연장하고, 5년간 급여를 3회 이상 받을 경우 세 번째 수급부터 수령액을 10%, 네 번째 24%, 여섯 번째 이상부터 절반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취업 성공하면 50만 원, 수당도 신설
고용부는 근로빈곤층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국민취업지원제도 모니터링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 실업자와 청년, 경력단절 여성 등에게 구직촉진수당과 취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주로 구직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참여자들에게 단순히 지원금을 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매월 2회 이상 구직활동 이행 상황을 확인하는 등 구직을 독려한다는 게 고용부의 계획이다. 또 취업활동계획 수립 후 3개월 내 취업할 경우 1회 50만 원을 지원하는 ‘조기취업 성공 수당’도 신설한다.

기업의 수요를 파악해 맞춤 인력을 양성하는 고용서비스도 확대한다. 국가중요산업 가운데 인력 한파를 겪고 있는 반도체, 조선 등에 대해서는 고용센터에 광역지방자치단체 단위의 전담 지원체계를 둘 예정이다. 7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뒤 정보기술(IT), 자동차, 바이오 등으로 그 적용 업종을 확대해 갈 계획이다. 워크넷에 산업별 온라인 지원관도 만든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