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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스톤’의 당황스러운 변신[김학선의 음악이 있는 순간]

입력 | 2023-01-18 03:00:00

〈41〉 마이클 잭슨 ‘Human Nature’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남성, 백인, 미국, 중장년.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 잡지 ‘롤링스톤’을 대표하는 이미지였다. 풀어 쓴 걸 한 번에 이어서 설명하자면 ‘미국의 중년 백인 남성이 듣는 록 음악’이 이 잡지가 가장 선호하는 장르였다. 그래서 ‘롤링스톤’은 꼰대 잡지로 불렸다. 잡지가 가지고 있는 위상이나 영향력만큼 비판의 크기도 커져 갔다.

세상은 변했다. ‘롤링스톤’도 변화를 택했다. 하지만 그 변화가 너무 급박해 어느 누구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너무 의식해서인지 ‘롤링스톤’이 선정하는 각종 순위에서 비백인, 여성, 청년 음악가를 앞에 세우며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편승’이란 낱말이 절로 떠오르는 게 최근 ‘롤링스톤’의 행보다. 변화는 좋다. 하지만 ‘정도’라는 것이 있다.

최근 ‘롤링스톤’에서 공개한 ‘역대 위대한 가수 200’ 순위가 대표적이다. 이 순위는 한국의 언론에서도 많이 소개됐다. 아이유와 방탄소년단의 정국이 각각 135위와 19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 가수가 다른 매체도 아닌 ‘롤링스톤’이 선정한 ‘역대 위대한 가수’ 명단에 오른 건 기쁜 일이지만 좀 더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롤링스톤’은 이번 순위를 공개하며 이 명단이 ‘가창력 순위’는 아니라고 밝혔다. 가창력을 포함해 독창성, 영향력, 음악적 유산 등을 두루 종합했다고 밝혔다. 이번 칼럼의 주인공으로 정한 마이클 잭슨은 86위에 올랐다.

86이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롤링스톤’의 이번 순위가 얼마나 엉망인지를 알 수 있다. 물론 마이클 잭슨보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85명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제시한 기준인 독창성과 영향력, 음악적 유산을 따졌을 때 85명이 있을 순 없다.

마이클 잭슨 앞에 있는 가수들의 이름은 음악 팬들을 더 황당하게 만들었다. 마이클 잭슨이 이룬 성과나 성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젊은 여성 가수들의 높은 순위는 과유불급이란 말이 절로 떠오르게 한다. 마이클 잭슨을 예로 들었을 뿐 납득할 수 없는 순위는 더 많다. 미국의 목소리라 불리던 냇 킹 콜과 토니 베넷은 순위에조차 들지 못했고,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케리와 함께 ‘3대 디바’로 불리었던 셀린 디옹 역시 이름을 찾을 수 없다. 이들의 배제 이유가 ‘나이 듦’ 또는 ‘백인’ 때문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당장 1위부터 11위까지는 모두 흑인 가수의 차지였다.

이쯤 되면 ‘롤링스톤’에서 이야기하는 ‘위대한 가수’란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백인 록 음악이 없으면 못 살 것 같던 ‘롤링스톤’의 변신은 놀랍다 못해 당황스러울 정도다. 농담을 섞어 ‘롤링공정’이라 불러도 될 만한 억지스러운 행위다.

‘롤링스톤’ 덕분에 마이클 잭슨의 ‘Human Nature’를 오랜만에 들었다. 이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그리고 이 아름다운 목소리가 담긴 위대한 앨범 ‘Thriller’를 발표한 가수의 순위가 겨우 86위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이 엉터리일 리는 없다. 그러니 ‘롤링스톤’의 이번 순위가 엉터리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