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도 자유·인권의 가치 누릴 우리 국민 北정권 반인도적 범죄 행위 기록 강화해야
박성원 논설위원
그 두 청년은 그날 이후 어떻게 됐을까. 2019년 11월 안대로 눈을 가린 채 판문점까지 호송된 뒤 남측 요원들에게 팔짱이 끼워져 북에 넘겨지려 하자 머리를 바닥에 찧거나 털썩 주저앉아 망연자실하던 탈북 어민 얘기다. 검찰이 강제북송 사건을 총괄했던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설 연휴 전 불러 조사할 것이라는 보도를 보면서 문득 떠오른 얼굴들이다.
정 전 실장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은 이들이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충분한 조사도 없이 강제 송환한 데 대해 “동료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기 때문”이라는 등으로 강변해 왔다. 북한 주민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헌법 위반 문제나, 고문방지협약 등 국제법에 어긋나는 비인도적 송환이었다는 국제인권단체의 항의서한을 들 것도 없다. 각각 22, 23세였던 청년들이 북에 가지 않겠다고 몸부림치던 것 자체가 남북의 형사사법 절차에 대한 본능적 반응이었을 테니 말이다.
두 청년이 이 땅에 남았다면 변호인 접근권이 보장된 가운데 수사, 기소, 1심, 2심, 3심 재판 등을 모두 거쳤을 것이다. 북송 이후 이들은 3년 넘도록 생사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처형설만 무성할 뿐이다. 북한군은 2020년 9월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뒤 다음 날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대준 씨를 구조하기는커녕 총격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 한국 미국 일본을 포함해 31개국 유엔 대사들은 지난해 12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을 고문, 강제노동, 즉결처형 등을 저지르는 ‘최악의 인권침해국’으로 꼽았다. 통일연구원이 최근 국내로 들어온 북한이탈주민 72명의 심층면접을 토대로 지난해 말 발간한 ‘북한인권 백서 2022’에도 북한의 반인권 범죄 사례가 수두룩하다.
강제 실종 등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 가해자들을 수사하고 처벌하려면 보존소 기능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한국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강조했다. 북한 인권 증진과 관련한 조사·연구, 정책 개발을 위해 구성토록 돼있는 북한인권재단이 더불어민주당 측의 이사 추천 불응으로 법 시행 6년이 지나도록 발족조차 못 하고 있는 것도 말이 안 된다.
2023년은 유엔 인권위원회가 2003년 최초로 북한의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낸 지 20주년 되는 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5년간 공석이던 북한인권대사를 임명하고 문 정부 시절 불참했던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도 다시 참여했다. 북한이 우리 영토를 침범할 경우 대북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 살포를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확성기와 전단에 세계 최악의 북한 인권과 김정은 일가의 폭정 실상을 담아 보낸다면 김정은이 뼈아파 할 비대칭 전력이 될 것이다. 북한 주민도 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인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책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