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어’ 출간 첫날 英서 40만부 등 조앤 롤링 소설 ‘해리포터’급 판매 왕실 비판 일색에 대중들 비난 “작위 박탈해야” 주장 95% 동의
영국 해리 왕자의 자서전 ‘스페어’가 공식 출간된 10일 런던 서점에서 한 남성이 구매한 책을 취재진에게 들어 보였다. 스페어는 출간 첫날 영국 미국 등에서 총 140만 부가 팔렸다. 런던=AP 뉴시스
영국 왕실 내부의 뒷이야기를 폭로한 해리 왕자의 자서전 ‘스페어’가 발매 하루 만에 영국, 미국, 캐나다에서 140만 부 이상 팔렸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 측은 초판으로 200만 부를 인쇄했고 이미 추가 인쇄에 돌입했다.
날개 돋친 듯한 판매량과 별개로 해리 왕자를 향한 영국 내 여론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책 내용이 왕실에 대한 그의 일방적 비판과 주장으로만 채워진 데다 왕실을 떠났다면서 왕실 얘기로 돈벌이를 하는 그의 행보를 둘러싼 비난이 상당하다. 한 조사에서 ‘그의 작위를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무려 95%가 동의했다.
○ ‘해리포터’ 맞먹는 인기
펭귄랜덤하우스는 10일 출간된 스페어가 이날 영국에서만 40만 권 이상 팔려 비소설 부문 역대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첫날 90만 부 넘게 판매돼 3개국 합산 판매량이 140만 부가 넘는다는 것이다. 출판사 측은 “성공할 줄 알았지만 기대를 뛰어넘었다. 출간 첫날 더 많이 팔린 책은 ‘또 다른 해리’가 등장하는 책(조앤 K 롤링의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뿐”이라고 했다. 이 책은 ‘덤’이라는 제목답게 해리 왕자가 자신이 형 윌리엄 왕세자의 ‘예비용’에 불과하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는 형과의 다툼, 왕실에 대한 원망, 마약 경험, 성생활 등 시시콜콜한 사생활까지 낱낱이 밝혔다.
2018년 흑백 혼혈인 미국 배우 메건 마클과 결혼한 해리 왕자는 이후 부부 모두 각종 구설에 시달렸다. 2020년 왕가의 공식 역할에서 물러나겠다며 미국으로 이주했지만 2021년 인터뷰에서 왕실 내 인종차별을 주장해 큰 후폭풍을 불렀다. 지난해 12월에는 넷플릭스에서 6부작 다큐멘터리를 공개했고 영미권 언론과의 인터뷰도 줄줄이 이어갔다. 그가 2000만 달러(약 240억 원)에 ‘스페어’를 비롯한 여러 책을 출간하는 계약을 맺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 “해리 부부 지지” 4% 불과
계속되는 폭로에 지친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데일리메일이 이날 독자 20만 명을 상대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95%는 “왕자 부부가 왕실의 ‘서식스 공작’ 작위를 반납해야 한다”고 답했다. 영국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또한 ‘스페어’의 일부 내용이 보도되기 시작한 5, 6일 양일간 조사한 결과 해리 왕자에 관한 긍정적인 의견이 26%로 2011년 조사 실시 후 가장 낮았다고 9일 밝혔다. 영국 언론 또한 호의적이지 않다. BBC방송은 “해리 왕자는 이제 공식적인 왕실 가족이 아닌데도 부친이 속옷 차림으로 물리 치료를 받았다는 등 무분별한 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왕족이 쓴 가장 이상한 책”이라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 또한 그가 왕실 비판 일색인 이 책을 쓴 후 가족에게 ‘화해를 위한 대화’를 요구해 가족이 놀랐다며 “왕실은 그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고 전했다. 더타임스는 이 책에 역사적 사실, 기본 상식을 틀리게 적은 부분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