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프란츠 벨저뫼스트가 1일 빈 무지크페어아인 황금홀에서 열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에서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 연주 도중 관객에게 손짓하며 손뼉을 이끌어내고 있다. 사진 출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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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말했죠, 음악이 없는 삶은 오류일 거라고.”
1일 빈 무지크페어아인 황금홀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를 지휘한 지휘자 프란츠 벨저뫼스트는 매년 앙코르곡으로 선사하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왈츠 연주에 앞서 이렇게 인사말을 했다. “해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이 콘서트로 희망을 전해 왔습니다. 커다란 낙관주의를 갖고 새해를 축하합니다.”
그가 말한 ‘희망과 낙관주의’에는 그림자가 있었다. 거의 매해 이 콘서트에는 ‘개그 코드’가 끼어들어 왔다. 2006년 에두아르트 슈트라우스의 ‘전화 폴카’ 연주 중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의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울려 관객들을 웃게 만든 것이 한 예다. 올해는 관객이 특별히 웃음 지을 만한 순간이 없었다. 벨저뫼스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전쟁이 벌어지는 시기에 콘서트에서 장난을 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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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제프 슈트라우스는 ‘왈츠의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첫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여섯 아이 중 둘째다. 형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보다는 두 살이 어리다. 마흔세 살 때 연주여행 중 쓰러져 형보다 29년이나 먼저 세상을 떠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재발견은 코로나19 덕분이었다. 2020년 봉쇄(록다운)가 시작되자 벨저뫼스트는 빈 필하모닉 문서보관소에서 슈트라우스 일가의 작품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훌륭한 왈츠와 폴카들을 다음 자신이 신년음악회를 지휘할 때 선보이기로 결심했고, 그 대부분은 요제프의 것이었다.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왈츠와 폴카에서 형과 다른 특징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론도 형식의 전형적인 빈 왈츠 구조나, 현악기 선율에 크림처럼 부드러운 호른을 더하고 달콤한 피콜로 음색을 올려 마무리하는 식의 관현악법도 비슷하다. 그러나 독일의 문화 전문 월간지 메르쿠어는 “요제프가 (막내 에두아르트를 포함한) 형제 중 가장 뛰어난 작곡가였다”고 소개했다. 독일 바이에른 방송은 “요제프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선율과 화성 감각으로 전문가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전했다.
아버지인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의견은 어땠을까. 할 말이 없을 듯하다. 그는 자식들이 음악 교육을 받는 것을 반대했고 결국 집을 나가 딴살림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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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필하모닉 이사회 의장 다니엘 프로샤워는 “앞으로 여성들이 더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여성 지휘자가 지휘대에 오를 수도 있죠. 빈 필은 요아나 말비츠(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차기 예술감독) 같은 훌륭한 여성 지휘자들과 일해 왔습니다. 시간은 걸릴 겁니다. 10년 이상 같이 일해 온 지휘자들만 신년음악회에 초대하거든요.”
한국인이 지휘대에 오르는 일은 없을까. 이 음악회를 지휘해온 지휘자들은 모두 빈과 상당한 인연이 있다. 동양인으로서는 인도인 주빈 메타와 일본인 오자와 세이지가 빈 필 신년음악회를 지휘했다. 오자와는 2002∼2010년 빈 필하모닉이 반주를 맡는 빈 국립오페라 수석지휘자로 일했다. 메타는 청년기에 빈 국립음악원에서 공부했다.
올해 신년음악회를 지휘한 벨저뫼스트가 2014년 빈 국립오페라 총감독에서 이사회와의 갈등으로 사임했을 때, 그가 지휘하기로 예정됐던 공연들을 갑자기 떠맡은 주인공은 한국인 정명훈이었다. 이 극장에 데뷔한 지 3년 만이었다.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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