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지금 무슨 노래 들어요?” 묻는 콘텐츠 보셨나요

입력 | 2023-01-03 03:00:00

유튜브 ‘와쏭’ 등 쇼츠 영상물 인기
“평소 접하지 못한 새 장르 알게 돼”



지난해 11월 유튜브 채널 ‘와쏭’에 올라온 ‘무슨 노래 듣고 있어요?’ 서울대편. 유튜브 화면 캡처


“지금 무슨 노래 듣고 있어요?”

낯선 이의 말 걸기치고는 다소 ‘훅 들어오는’ 것 같지만 발걸음을 멈추고 답해줄 법도 한 묘한 질문이다.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행인들에게 이렇게 묻고 답을 전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구독자 수가 8만7000여 명인 유튜브 채널 ‘와쏭’의 경우 서울대에서 촬영한 쇼츠 영상이 457만 회 넘게 조회됐고, 10분가량의 원본 영상 조회 수도 25만 회가 넘었다. 서울 신촌에서 촬영한 쇼츠는 366만 회, 서울숲에서 어린이가 “단군할아버지 노래(‘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라고 답한 쇼츠 조회 수는 330만 회에 이른다. 이 외에도 ‘복코s’ ‘청춘사전’ 등의 채널이 비슷한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다.

구성은 단순하다. 유튜버가 길거리, 카페, 지하철, 대학교 등에서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낀 사람들에게 이같이 묻고 곡 제목을 들으면 해당 곡을 짧게 틀어준 뒤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한데 ‘타인의 취향’을 슬쩍 들여다보는 재미가 은근하다. “십덕(‘오덕·오타쿠’보다 두 배 심각한 마니아라는 뜻) 같은데… (일본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의 ‘RPG’를 듣고 있다”며 수줍어하는 여학생, 망설이다가 “에이티즈의 ‘사이버펑크’를 좋아한다”고 답하는 외국인 학생, “왁타버스의 ‘헤드라인’이라는 노래요”라며 눈을 반짝이는 남학생 등 갑자기 취향을 고백하게 된 이들의 다양한 반응이 눈길을 끈다.

‘반전의 재미’도 있다. 한강에서 등산복을 입은 아저씨가 아이돌 그룹 KARD의 ‘Don’t Recall’을 듣고 있다거나 대학 캠퍼스를 걷던 여대생이 미국 흑인 래퍼 카녜이 웨스트의 ‘허리케인’을 듣고 있다는 답변에는 ‘저 노래를 어떻게 아는 건지 신기하다’는 댓글이 쏟아진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 비슷한 느낌의 곡을 중심으로 추천해 주는 데 비해 시청자가 새로운 장르로 취향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와쏭을 즐겨 시청한다는 이슬기 씨(24)는 “방탄소년단(BTS)과 국내 아이돌 노래를 많이 들었는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좋은 클래식과 다른 팝송도 알게 돼 이제는 찾아서 듣고 있다”고 했다.

다양한 집단의 음악 감상 트렌드도 파악할 수 있다. 대학가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대답이 나온 곡은 걸그룹 뉴진스의 ‘하입 보이’였다. 걸그룹 르세라핌의 ‘안티프래자일’, ‘(여자)아이들’의 ‘누드’도 많이 언급돼 4세대 걸그룹이 음원차트를 평정했던 지난해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초등학생들이 출연한 회차에서는 아이브의 ‘러브 다이브’가 가장 많이 언급돼 ‘초통령’이라 불리는 아이브의 위상을 체감케 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