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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0년대 어느 겨울,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 주인은 무서운 눈보라를 만나 죽게 생기자 자기만 살겠다고 하인을 버린다. “저런 놈은 죽어도 상관없지. 어차피 별 볼 일 없는 놈이다. 저런 놈은 목숨도 아깝지 않을 거야. 그러나 나는 살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그에게 하인은 버려도 되는 물건 즉 그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말을 달려도 눈 속에서 방향을 잃고 주변만 빙빙 돌 뿐이다. 그는 말에서 굴러떨어지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닫는다. 그사이에 하인은 눈으로 덮여 죽어가고 있다. 주인은 그 모습을 보더니 놀라운 행동을 한다. 하인의 몸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자신의 모피 외투 앞자락을 벌리고 하인 위에 엎드린 것이다. 자신의 따뜻한 몸으로 하인을 살리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그는 하인을 살리고 죽는다.
톨스토이의 유명한 단편 ‘주인과 하인’에 나오는 이야기다. 돈만 생각하며 살아온 이기적이고 악랄한 주인이 어떻게 그러한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 작가는 그의 내면에 있는 어떤 존재 때문이라고 암시한다. 그의 이름을 부르며 하인의 몸 위에 엎드리라고 명령한 것도, 과거의 행동들을 참회하고 자신이 하인이고 하인이 자신이라고 생각하게 한 것도 그 존재라는 것이다. “그는 살아 있어. 그렇다면 나도 살아 있는 거야.” 지배층이 하층민을 이용의 대상 즉 마르틴 부버가 말하는 “그것”이 아니라 받들고 존중해야 하는 인격적 대상 즉 “너”로 보게 만드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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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