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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보스턴 마라톤 챔피언’ 함기용 前고문 별세

입력 | 2022-11-11 03:00:00

1948년 정부수립후 메이저 첫 우승
손기정 선생이 코치… 1∼3위 한국인



1950년 보스턴 마라톤 당시 1위로 골인하고 있는 고 함기용 선생. 뉴시스


1950년 보스턴 마라톤 챔피언 함기용 전 대한육상연맹 고문이 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고인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태극기를 달고 국제 마라톤대회에서 처음 우승해 민족의 기개를 떨쳤다. 1950년 4월 보스턴 마라톤에서 2시간32분39초로 정상에 오르며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고 손기정 선생과 1947년 보스턴 마라톤 챔피언 고 서윤복 선생의 뒤를 이어 한국 마라톤 역사를 썼다. 고인은 생전 “정부 수립 후 마라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건 내가 처음”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1950년 보스턴에선 손 선생이 코치를 맡았고 고 송길윤, 고 최윤칠 선생까지 1∼3위를 휩쓸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1930년 강원 춘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손 선생의 눈에 띄어 마라톤 선수의 길을 걸었지만 그의 마라톤 인생은 짧았다. 보스턴 마라톤 우승 후 귀국 한 달여 만에 6·25전쟁이 났고 피란을 떠나야 했다. 정상적으로 마라톤 훈련을 하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1952년 헬싱키 올림픽 출전 준비를 했지만 부상으로 이른 나이에 은퇴했다. 고인은 1989년 대한육상연맹 전무이사를 맡아 육상 행정가로 출발했고, 이후 연맹 부회장과 고문으로 육상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유족으론 부인 김명자 씨와 자녀 종규 선애 씨, 사위 반상헌 씨, 며느리 최진희 씨가 있다. 빈소는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 발인은 12일 오전 7시. 031-780-6170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