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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도 ‘번쩍’ 무뽑듯 30명 구한 흑인 찾았다…경기도 근무 미군들

입력 | 2022-11-03 16:03:00

29일 오후 10시 50분경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서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인파로 인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양인성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 압사 위험에 처한 시민 30여 명을 구조하고 홀연히 사라졌던 의인들이 주한 미군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에 거주하는 20대 A 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경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친구들 5명과 이태원을 찾았다.

그는 참사가 발생하기 직전 해밀톤호텔 옆 골목으로 진입했다가 양쪽에서 밀려오는 인파 사이에 끼어 갇혔다. 결국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4명의 다른 남성들에게 깔려 15분간 움직이지 못했다.

“이대로 죽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빠져나가길 포기할 때쯤 건장한 체격의 흑인 남성이 A 씨 팔과 겨드랑이를 잡더니 밭에서 무를 뽑듯 번쩍 들어 올려 구조했다.

키 182㎝·몸무게 96㎏인 A 씨를 들어 올려 골목 옆 일본 술집으로 옮긴 이 흑인 남성은 다른 외국인 2명과 함께 계속 사람들을 구출했다. A 씨는 “이들 외국인 3명은 술집이나 클럽 직원이 아닌 듯했는데 무려 30명가량을 구조했으며 119구급대원들이 출동한 후 조용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로이드 브라운 주한미군 용산기지 사령관(오른쪽)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의인들은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 근무하는 미군 자밀 테일러(40), 제롬 오거스타(34), 데인 비타스(32)로 밝혀졌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비번을 맞아 핼러윈을 즐기고자 이태원에 갔다가 참사 위기를 맞았다고 밝혔다. 간신히 골목 옆 난간으로 피신한 세 사람은 119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깔린 사람들을 인파 속에서 꺼내 근처 클럽으로 대피시켰다고 설명했다.

비타스는 “우리는 밤새 깔린 사람들을 구조했다”고 말했으며 오거스타는 “우리는 덩치가 큰 덕에 빠져나왔지만 바로 상황이 악화하며 재앙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A 씨는 “갇혔던 곳이 골목의 중간 위치여서 구급대가 제일 늦게 접근한 곳이고 구조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군들이 그곳에서 적극적으로 구조활동에 나선 덕에 인명피해가 줄었다”며 “포기할 수 있는 상황에서 도움을 준 그들을 꼭 만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진정한 영웅이다” “정말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린다” “무 뽑듯 30명이나 구했다니 너무 대단하다. 칭찬과 박수받을 만하다” “고맙고 눈물 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