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후 급증 CPR교육 현장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구조 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1일 서울 도봉구청 심폐소생술교육장에서 시민들이 CPR를 연습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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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치를 잘못 누르면 오히려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겠죠? 그 위에 있는 뼈를 눌러야 합니다.”
1일 오후 3시 서울 도봉구청 심폐소생술교육장. 강사의 설명에 수강생 김현숙 씨(54)가 마네킹의 가슴 중앙에서부터 손을 더듬어 적절한 위치를 잡았다. 이어 단단한 가슴팍 중앙에 조심조심 깍지 낀 손바닥을 갖다 댔다.
2분에 맞춰진 스톱워치의 숫자가 움직이자 ‘하나, 둘, 셋, 넷’ 강사의 구령과 함께 김 씨와 같은 수강생 10여 명이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했다. 1초에 2번, 손바닥에 체중을 실어 눌렀다. 1분쯤 지났을까. 압박 위치가 조금씩 흐트러졌고 점점 속도가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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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급조치 배워두자”…20·30대 중심으로 확산
이날 김 씨와 함께 교육에 동참한 김 씨의 딸 장혜원 씨(29)는 “(사고 영상에서) 간호사분이 혼자 CPR를 하는데 주변에서 구경만 하고 같이 하지 못하더라”며 “다들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라 바로 CPR 배울 수 있는 곳을 알아봤다”고 했다.
어머니 김 씨는 함께 교육을 받자는 딸의 제안에 처음엔 “나까지 배울 필요가 있겠느냐”며 손사래를 쳤지만 사망자 수를 다시 보고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김 씨는 “실제 상황에서 침착하게 하려면 1회 교육으로는 모자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참사 희생자의 주 연령층이 20, 30대인 만큼 젊은층 참여가 많은 것이 눈에 띄었다. 대학생 김모 씨(25)는 “나 자신이나 친구도 당할 수 있었던 사고라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어 바로 신청했다”며 “땀도 많이 나고 힘들었지만 배우길 잘했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시험을 준비 중인 유용현 씨(25)는 “경찰도 시민을 살리는 직업이다. CPR가 필수 과목은 아니지만 이번 사고를 보고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았다”며 친구 세 명과 함께 교육을 받았다.
○ CPR 문의 급증…전문가 “응급구조 교육 확대해야”
참사 후 보건소와 대한적십자사 등에는 응급구조처치 교육 문의가 늘고 있다.광고 로드중
엄태환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일반 시민들은 응급처치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제한적이고, 일회성 교육으로는 실제 상황 대응에 부족할 수 있다”며 “응급구조 교육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