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푸틴 입’ 러 대변인 아들에 “징집 대상” 전화하자…“못 간다”

입력 | 2022-09-22 14:48:0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왼쪽)과 그의 아들 니콜라이 페스코프. 니콜라이 페스코프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내린 가운데, ‘푸틴의 입’으로 불리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아들도 징집을 거부했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반정부 유튜브 채널 진행자는 이날 드미트리의 아들 니콜라이 페스코프(32)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채널은 수감 중인 러시아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측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행자는 니콜라이에게 자신을 ‘모스크바 입대 사무실 담당자’라고 속여 소개하며 “동원령 대상으로 선정됐으니 다음 날 10시까지 병무청에 와야 한다”고 거짓말했다.

그러자 니콜라이는 “알다시피 저는 내일 10시까지 못 간다”고 말했다. 그는 “나의 성은 ‘페스코프’다. 소집 장소에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니콜라이는 “내가 조국을 지키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징집과) 다른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나는 특정한 정치적인 뉘앙스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의 힘을 빌려 동원령을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니콜라이는 ‘전쟁에 자원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물음에도 “아니다”라고 답하며 진행자에게 ‘전선으로 가는 것에 동의한다’는 항목에 체크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전선에) 갈 준비가 돼 있지만 당신의 요청으로 가지는 않겠다”며 “푸틴 대통령이 내게 그곳에 가라고 한다면 가겠다”고 말했다.

니콜라이는 과거 러시아의 전략로켓군(핵무기 운용 군대)에서 복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방부의 발표에는 ‘군 경험이 있는 예비군 30여만 명을 동원하겠다’고 명시돼 있어 니콜라이는 징집 대상에 포함된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예비군 일부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체포되고 있다. 예카테린부르크=AP/뉴시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30만 명 규모로 예상되는 부분 동원령 발동을 공식 선언했다. 러시아가 예비군을 동원하는 것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60년 만에 처음이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동원령에 대해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이날 동원령이 발동된 뒤 모스크바를 포함해 38개 도시에서 규탄 시위가 벌어져 하루 동안 1300여 명이 체포됐다.

푸틴 대통령의 발표 직후부터 러시아에서 출국하는 편도 항공편이 급속도로 팔려나가고 있다. 이날 무비자로 갈 수 있는 튀르키예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제르바이잔 바쿠 등의 직항편은 매진됐다. 동원령 대상자인 젊은 러시아 남성들이 출국 금지될 것을 우려해 서둘러 항공권을 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