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감독, 美 에미상 감독상 수상
황동혁 감독. 사진 AP 뉴시스
홀어머니, 할머니 밑에서 자라며 고등학교 시절 기자를 꿈꿨던 소년. 그 소년이 30여년 뒤 아시아 국적 감독 최초 에미상 드라마시리즈 부문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올릴 줄 누가 상상했을까.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51)은 기자가 되고 싶어 서울대 신문학과에 진학했지만 대학교 3학년 때 휴학했다. 영화에 관심이 생긴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는 “하숙집에서 비디오를 빌려 친구들과 영화만 봤다. 액션, 홍콩, 에로영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고 했다. 제대로 영화를 공부하기로 맘먹은 그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로 떠나 영화학 석사를 받았다. 유학 기간 중 제작한 단편 영화 ‘미라클 마일’은 2005년 칸영화제 단편 부문에 출품됐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실화에 바탕을 둔 사회비판적 작품을 만들었다. 장편 데뷔작 ‘마이파더’(2007년)는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주한미군이 돼 돌아온 아들과 살인을 저지른 사형수 아버지 이야기를 다뤘다. 1994년 발생한 ‘월곡동 황금장 여관 모녀 토막 살인사건’이 모티브였다. 4년 뒤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토대로 장애인학교에서 벌어진 비인간적 행위를 고발한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를 원작으로 영화 ‘도가니’(2011년)를 연출했다. 영화는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 처벌을 강화하는 ‘도가니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세계 1억1100만 가구가 시청한 오징어게임을 연출하며 그는 인생 2막을 맞았다. 올해 5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차기작은 극단의 분열이 낳은 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 ‘KO 클럽’(Killing Old People Club)이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