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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작지만 쾌적하게… 기업들 ‘사무실 다이어트’ 붐

입력 | 2022-09-13 03:00:00

‘하이브리드 근무’ 맞춰 새단장
코로나 이후 ‘재택+출근’ 대세로… 출근자 감소 따라 사무실 감축 나서
지정석 줄이고 자율좌석제로 전환… 대형 사내식당 없애고 카페 조성
업무 공간 줄여도 휴게 시설 확충… “젊은 직원 사기 높여 생산성 늘것”




#1. 외국계 자동차회사인 A사는 최근 사무실 면적을 줄여서 이사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끝났지만 직원 40%가량이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함께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택하며 사무실 면적을 18% 줄였고, 아낀 임대료를 사무실 리모델링에 썼다. 우선 지정좌석제를 없앴고 개인 책상이 있던 좌석을 전체의 60%에서 30%까지 줄였다. 대신 카페테리아를 만들고 직원들이 쉬거나 개인 업무를 하는 라운지 형태의 공용 공간을 기존의 4배로 넓혔다.

#2. 서울 종로에 있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B사도 하이브리드 근무로 전환하며 사무실을 대대적으로 손봤다. 전체 면적을 기존보다 20% 줄였지만 오히려 직원 휴게 시설과 카페테리아를 확충했다. 전체 근무 인원은 약 570명이지만 이들이 매일 출근할 필요가 없게 되자 직원 복지와 소통 공간을 늘린 것이다.

12일 산업계와 부동산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A사처럼 사무실을 줄여 생긴 여윳돈으로 업무 공간을 공유 오피스나 카페처럼 리모델링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기업들이 엔데믹 전환 뒤에도 근무 형태를 유지하며 사무실을 하이브리드 근무에 적합하게 새 단장 하고 있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이 거점오피스 구축 등으로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로 전환한 데 이어 이 기업들보다 규모가 작은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지사나 중견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속속 동참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사무실 크기를 줄이는 이유는 사무실 출근 인원이 줄어들어 굳이 큰 사무실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인재들을 사무실로 끌어오기까지 저항이 적지 않은 영향도 있다. 코로나19 확산기 재택근무를 시행했던 애플은 상반기(1∼6월) 주 3일 출근제로 바꾸려 했다가 일부 직원이 반대 청원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 하이브리드 근무는 엔데믹 이후 ‘일하는 방식의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재택근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30인 이상 기업체 직장인들은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 비중이 약 6 대 4, 즉 주 5일 근무일 경우 사무실 출근 3일에 재택근무 2일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이재홍 이사는 “사무실을 하이브리드 근무형으로 바꾸면 임대 면적이 평균 20∼30% 준다”며 “올해 1∼8월 사무실 리모델링 의뢰 건수가 지난해 한 해 의뢰 건수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처럼 사무실 크기를 줄인 기업들은 사무실 감축으로 아낀 비용을 하이브리드 근무에 적합한 환경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다. 출근자 수가 줄어들면서 사용 빈도가 낮아진 대형 회의실 대신 재택근무자와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온라인 회의 시설을 갖춘 소규모 회의실을 만드는 식이다. 이용 빈도가 줄어든 사내 식당을 과감히 줄이거나 없애고 출근자들을 위한 카페테리아나 휴식 공간을 새롭게 조성한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한 글로벌 식품기업도 최근 기존 사무실을 40% 줄여 재계약했다. 대신 사무실 리모델링을 통해 개인 업무 좌석을 17% 줄였다. 지정좌석제 폐지로 생긴 여유 공간은 자율좌석제에 적합한 공용 근무 테이블, 식사를 하며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워크 카페’로 바꿨다.

전문가들은 사무실 리모델링은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여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무실 리뉴얼은 회사가 자유로움이라는 가치를 중시하고 젊은 층의 복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며 “젊은 직원의 업무 스타일과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해 직원들의 몰입도와 효율성을 높여 궁극적으로는 업무 성과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