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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年강우량 30%인 418mm 폭우… 해병대 장갑차 투입 주민구조

입력 | 2022-09-07 03:00:00

[태풍 ‘힌남노’ 강타]
하천 7곳 범람… 건물 떠내려가기도… 급류 휩쓸린 70대 여성 숨진 채 발견
부산, 초속 37m 강풍에 피해 속출… 신고리원전 발전기, 고장으로 멈춰
제주, 관측사상 최고 높이 21m 파도… 강풍에 전선 끊겨 1만6900가구 정전




“이 마을에 30년 넘게 살았지만 이런 수해는 처음입니다.”

6일 오전 10시경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제내리 남성교. 주민 이복우 씨(67)는 다리 아래 칠성천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 어른 무릎 정도 깊이로 천천히 흐르던 칠성천 수위는 이날 3m를 넘었고, 보기만 해도 아찔한 급류로 바뀌어 있었다. 이 씨는 “2층 단독주택에 사는데 1층이 완전히 잠겨 119구조대 보트를 타고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고 했다.
○ 건물 주저앉고 인명 피해 속출
이날 새벽 11호 태풍 ‘힌남노’가 할퀴고 지나간 경북 및 울산 지역은 인명 피해는 물론이고 주택 침수와 정전 등으로 인한 피해가 잇달았다.

이날 포항에는 오전 7시 무렵 시간당 최대 110.5mm(구룡포)의 폭우가 내렸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누적 강우량은 418.2mm로 지난해 포항의 연간 강우량(1405.7mm)의 약 30%에 달한다. 특히 지대가 낮은 제내리는 마을과 100m 떨어진 칠성천이 범람하면서 1136가구 대부분이 침수 피해를 당했다. 주민 최영자 씨(70·여)는 “밤사이 대피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피신했다 와보니 동네가 엉망이다. 언제 복구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포항… 폭우에 무너진 건물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하천 인근 지반이 붕괴해 풀빌라 건물이 내려앉았다. 이날 포항에는 시간당 최대 110.5mm의 폭우가 쏟아지며 여러 명이 숨지고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이어졌다. SNS 캡처

하천 7곳이 범람했는데 남구 오천읍에서는 하천 인근 지반이 무너지면서 풀빌라 건물 한 채가 주저앉아 물에 떠밀려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오천읍 도로에선 70대 여성이 물난리를 피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뒤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주시 진현동에서도 80대 여성이 흙더미에 매몰돼 숨진 채 발견됐다. 울산 울주군에선 20대 남성이 불어난 하천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경주 양동마을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경주시 양남면과 포항시 양학동에선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해병대 장갑차 투입 6일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도로에서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에 탄 해병대 1사단 대원이 침수된 차량을 구조하고 있다. 해병대 제공

폭우가 내리자 포항에 주둔하고 있는 해병대 1사단이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 2대를 물바다가 된 시내에 긴급 투입해 인명 구조 및 피해 복구 작전을 벌였다. 해병대는 청림초교 일대에서 고립된 시민들을 구조하는 등 수해 지역에서 주민 수십 명을 구조했다.
○ 강풍으로 돌덩이 날아다녀

부산… 강풍에 부서진 창문 6일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와 건물 창문이 부서져 있다. 이날 부산에선 강풍으로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변도로 앞 담장이 무너지고 도로 아스팔트가 뜯겨나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6일 오후 1시경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앞에서 횟집 안팎을 청소하던 김영이 씨(65)는 “이틀 동안 유리창에 합판까지 덧대며 피해를 줄이려 했는데 속절없이 당했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가게 바닥에는 뜯겨 나간 합판 조각이 널려 있었고, 파도가 몰고 온 진흙과 자갈이 가득했다. 어항이 깨져 밖으로 나온 생선들은 죽은 상태였다. 마치 폭격 직후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새벽 최대 초속 37m(시속 133km)의 강풍이 몰아친 부산은 해안과 인접한 지역의 피해가 컸다. 만조 시간대와 태풍 상륙 시간이 겹치며 약 10m 높이의 해일이 바닷가 도로와 건물을 덮쳤다. 송도해수욕장 해안도로 아스팔트 100여 m가 부서졌고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상가 유리창이 다수 깨졌다.

해운대 마린시티 해안도로에서는 도로 바닥에 고정돼 있던 경계석이 파도에 휩쓸려 와 인근 상가 유리와 벽면 등에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상가 10여 곳의 창문이 깨지고 내부시설이 물에 잠겼다. 마린시티에서 커피숍을 하는 김모 씨(52)는 “바람이 얼마나 강했는지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대리석과 화단 조경석이 가게 안까지 밀려와 유리가 박살났다”며 한숨을 쉬었다.

강풍으로 전력 설비가 고장 나면서 부산 기장군에 있는 신고리원전 발전기도 멈췄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는 “강풍과 집중호우로 전력 설비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방사능 누출 등의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에선 일부 산간 지역에 1184.5mm의 비가 내렸다. 지난해 전국 평균 연간 강우량(1244.5mm)에 육박하는 양이다. 서귀포 인근에선 2015년 관측 시작 이후 가장 높은 21m의 파도가 관측됐다. 파도가 덮쳐 제방이 부서지면서 도로 곳곳에 잔해가 널려 통행에 방해가 됐다.

무엇보다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컸다. 강풍으로 사람 몸통만 한 돌덩이가 날아다녔고, 집 지붕이 뜯겨 나가는가 하면 냉장고가 날아가기도 했다. 강풍으로 전깃줄이 끊기면서 한림읍과 대정읍 1만6900여 가구의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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