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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도르코프스키 “서방, 우크라에 더 많은 무기 공급 안하면 푸틴 승리”

입력 | 2022-09-05 14:37:00


전 러시아 석유 재벌인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가 4일(현지시간)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공급할 것을 촉구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한 때 석유 재벌로 러시아내 최고 갑부였으며, 푸틴의 오랜 정적이기도 하다.

호도르코프스키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치솟는 휘발유 가격으로 인해 유럽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매일 발생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동맹국들이 무기 지원을 가속화하는 것이 전쟁을 빨리 끝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우크라이나에 500억 달러(약 69조원) 무기를 공급했다면 오늘날 우크라이나와 푸틴의 상황은 매우 달라졌을 것”이라며 “우리는 무력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는 점을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도울 수 있냐고 묻는다면? 한 단어로 대답할 것이다. 무기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기 선적을 늘리지 않으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무기 공급 수준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는 이 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푸틴은 이것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유럽의 휘발유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또 러시아는 지난 2일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에너지를 사실상 무기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4일 가계와 기업 에너지 요금 급증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650억 유로(약 88조원) 규모 지원책을 발표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동맹국들이 러시아와 관계를 맺거나 협상을 시도하는 것을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서방 지도자들이 푸틴이 체면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할 때 나는 그것이 그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푸틴)는 (우크라이나 내에서) 가능한 멀리 이동(진격)하고, 서방 정상들이 자신과 대화한다고 확신시킨 후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다음에 더 (멀리) 이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러시아에 부과된 경제 제재가 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사람들이 모스크바의 재정에 집중하는 것을 멈추고 대신 더 광범위한 영향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의 지갑은 돈으로 만들 수 있지만 상점에 물건들이 없으면 배고픈 이들은 죽을 수 있다”면서 “오늘날 러시아 경제, 특히 첨단 기술 분야에서 정확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무기 제조 공장은 전자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에 고급 현대 무기를 생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쟁과 그에 따른 제재로 인해 러시아에서 심각한 인력 유출이 발생하면서 전쟁 능력이 손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러시아를 떠나 서방로 가는 젊은 전문가들은 실제로 기술적으로 발전하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가고 있다”면서 “물론 이것은 푸틴의 경제 뿐 만 아니라 전쟁을 계속 할 수 있는 능력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랫동안 푸틴 대통령을 비판한 호도르코프스키는 러시아 대통령을 ‘깡패’이자 ‘마피아’로 묘사한 바 있다. 러시아 정부의 부패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자신의 석유 회사인 유코스를 엑손모빌에 매각하려 시도한 후, 탈세 혐의로 수감됐다. 2014년 석방된 후 그는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 망명생활을 하고 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지난주 러시아 대규모 석유회사 루크오일 라빌 마가노프 회장이 모스크바의 한 병원 6층 창문에서 추락해 사망한 것은 정치적 동기와 관련 있다는 관측에 대해 일축했다.

그는 “마가로프는 중병에 걸렸다. 내가 얘기를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인 그의 동료들은 그가 건강 상태 때문에 생존의 기회를 실제로 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틴 측근 딸인 다리아 두기나가 지난 8월말 자동차 테러로 암살된 것과 관련해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를 지목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추측하는 것 뿐”이라면서도, 당시 차량은 러시아 침공을 지지한 두기나의 아버지 알렉산더 두긴의 소유였다고 전했다. 두긴은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침공 의지를 심어준 사상가이다.

호도르코프스키는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군사행동을 일시 중단하거나 늦추는 것을 선택하면 두긴과 같은 초민족주의자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FSB의 도발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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