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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이 경쟁력, 경청에 답이 있다[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

입력 | 2022-08-31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몇 년 전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한 주 동안 교육받을 기회가 있었다. 유럽과 미주는 물론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모인 다양한 참가자들과 한 팀을 이루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때 나와 짝을 이룬 사람은 청각 장애가 있는 영국 여성이었다. 귀에 특수 장치를 착용한 그와  대화를 시작할 때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는데, 내가 속한 팀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와 편하게 이야기하며 웃고 있었다. 그 경험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내 삶을 돌아보면 장애를 가진 사람과 놀아본 경험도 함께 일해 본 경험도 없었다. 아프리카나 중동 사람과 일 해본 경험도 없다. 다양성 측면에서 내가 취약한 부분을 알 수 있었다.

제주 포도뮤지엄에서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라는 인상적인 전시를 봤다. 테마 공간 중 하나인 ‘주소터널’은 국내 거주 외국인 동의를 얻어 그들이 태어나거나 살았던 주소와 생년을 기다란 구조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전시 설명에 따르면 한국은 해외로 이민간 재외동포가 800만 명에 이르는 이주국가이다. 전시를 보면서 과연 한국은 이민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일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 경영대학원은 ‘미래의 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미국의 도시 중 이민자가 많은 곳이 더 혁신적이며, 미국의 성공적인 스타트업 창업자 중 이민자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재결합효과(recombination effect)’ 때문인데, 이민자들은 자국 경험과 아이디어를 정착한 곳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재결합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한다. 또한 기업들은 통상 자국민들이 이민을 많이 가는 나라에 투자를 더 하는 경향이 있다. 다양성이 경제적 가치와도 연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법무부가 가칭 이민청 설립을 계획 중이라는 뉴스가 등장했다. 포도뮤지엄 전시에서 다음 설명이 눈길을 끌었다. “올해 유치원에 입학한 아이가 100살이 되는 해, 대한민국은 인구 1,500만 명 미만의 미니국가가 될 전망이다.” 국경을 넘어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수 있는 요즘, 인구감소 극복을 위해서도 보다 이민자가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다양성, 평등, 포용 정책을 최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일하는 장소가 보다 유연해지고,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가 조직 인력의 핵심을 이루게 되고,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며 일하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일해 오면서 사업적 필요에 의해 돈을 내고 ‘차별의 이해’라는 해외 유명 대학의 온라인 수업을 수강한 것도 처음이었다. 국내에서도 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다양성 개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국내가 아닌 해외에 취업하거나, 국내에 살면서 재택근무로 해외업체와 일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해외 젊은이들이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내가 국내에 살든 이주를 하든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는 능력이 있을 때 더 많은 기회가 있게 될 것이다. 얼마 전 만난 한 청년은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려는 한국의 아이돌에게 다양성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일하는 자리에서 다양성을 개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대와 인종과 문화적 배경, 신체적 조건이 다른 사람들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질문을 통해 그들의 다른 생각을 들어봐야 한다. 상대방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첫 단계이다. 나와 다른 사람이 결코 ‘틀린’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먼저 이해하고 그들을 향한 나의 시선이 어떤 지도 돌아보아야 한다.

작은 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어떤 것이 중요하고 불편한 것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할 경우 채식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면 어떨까? 

포도뮤지엄에서 전시 내용 뿐 아니라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세심한 배려를 확인한 것은 반가웠다. 우리 사무실 환경이 몸이 불편한 사람이 방문하거나 사용하기에 적절한지 돌아보면 어떨까?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