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26화입니다.》
“알지 말아야 될 걸 너무나 많이 알았어. 형이 (돈을) 유동규 갖다 줬다며. 형이 돈 빼가지고 공무원 다 줬다며.”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 사건 50차 공판에서 재생된 지난해 4월 27일자 ‘정영학 녹취록’에서 대장동 사업 초기 민간사업자 정재창 씨는 정영학 회계사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녹음파일에서 정 씨가 “형 나한테 잘못 걸렸다. 다 죽어버리라”고 하자 정 회계사는 “협박하지 말라”고 하고 전화를 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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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과 26일 진행된 49·50차 공판에서는 전체 정영학 녹취록 녹음파일 중 검찰이 증거 신청을 철회해 앞선 5월 녹취록에 대한 증거조사 당시 재생되지 않았던 녹음파일 14개가 추가로 법정에서 재생됐습니다. 남 변호사 측이 증거로 신청한 일부 녹음파일도 법정에서 재생됐습니다.
김만배 “유동규는 부패 공무원… 이재명 대통령 돼도 청와대 가지마라”
김 씨는 이어 정 회계사에게 “‘너(유 전 직무대리)는 욱이(남 변호사)한테 개 끌려 다니듯이 끌려 다닐 거다. 거기에다 재창이(정 씨)도 한 마디 했다’”며 “‘너가 자수한다는 건 지금 위치지, 시장 되거나 돈 갔다가는 너는 코뚜레에 뚫려서 질질 끌고 다닌다’(고 유 전 직무대리에게 말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재명이 대통령 돼도 너는 청와대나 권력기관 가지 말고, LH나 인천공항공사나 강원랜드 사장 그런 거나 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유 전 직무대리의 영향력을 확인한 김 씨가 ‘이재명 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유 전 직무대리가 청와대는 물론, 공기업 사장 등을 선택해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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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5인방’ 측은 정영학 녹취록 증거능력 문제제기
피고인 측은 정영학 녹취록이 정 회계사 측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돼 편집됐거나 녹음파일 자체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했습니다. 22일 김 씨 측 변호인은 정 회계사와 김 씨가 한 카페에서 만나 대화한 내용이 녹음된 녹음파일이 재생된 뒤 “(녹음파일에서) 주방 물소리는 들리는데 (카페) 직원들 목소리는 하나도 안 들린다”며 “도대체 어느 자리에 앉아서 이렇게 음악도 크게 들렸다 작게 들렸다 하고 이렇게 녹음이 되느냐”고 정 회계사에게 물었습니다.정 회계사가 “자리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자 김 씨 측은 “질문이 실례긴 하지만 가능성 차원”이라고 전제하면서 “혹시 대화하시는 분들 녹음 내용을 일정 부분 삭제하거나 이어 붙이고, 거기다가 음악이나 기타 업소에서의 소음을 (녹음파일이 중간에) 끊기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합성하거나 편집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정 회계사가 “제가 엑셀은 잘 하지만 그런 소리 편집은 잘 못한다”고 답하자 김 씨 측은 “(다른 사람에게) 의뢰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외에도 피고인 측은 정 회계사가 일부 녹음에 이용한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고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 파일을 복사해서 사본만 제출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일 열립니다. 이날은 남욱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대장동 민영개발을 추진하던 시기 동업자 중 한 명이었던 민모 씨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민 씨는 앞서 몇 차례 증인신문이 예정됐지만 법정에 불출석했습니다.
다음 달 말부턴 피고인들에 대한 증인 신문 절차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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