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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량, 향후 20년간 17% 늘어난다”…수도권 취약시설물 171곳

입력 | 2022-08-09 11:50:00

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9일 새벽 서울 이수역 인근 남성사계시장이 침수, 물이 빠져나가자 수해를 입은 상인들이 집기 등을 정리하고 있다. 2022.08.09. 뉴시스


8일(어제) 서울 남부 등 수도권 일대에 쏟아진 8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9일(오늘)에는 출근시간이 늦춰지는 등 각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야심차게 준비했던 주택공급대책 발표마저 미루는 등 대응방안 마련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수습이 쉽지 않아 보인다. 폭우가 10일(내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게다가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커 우려를 낳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도권 지역의 강수량이 중장기적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물 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0년만의 폭우에 멈춰선 일상
기상청에 따르면 8일(어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는 오후 9시까지 1시간 동안 비가 136.5㎜ 내리는 등 서울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100mm 이상 비가 쏟아졌다. 이는 서울의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 기록인 118.6㎜(1942년 8월 5일)를 80년 만에 넘어선 수준이다.

이로 인해 서울 곳곳이 물에 잠기고 지반침하, 정전 등 사고가 잇따랐다. 8일 저녁 지하철 역사와 선로 등에 빗물이 들어차면서 열차가 곳곳에서 멈춰 서고, 도로 침수로 퇴근길에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9일(오늘)에는 풍수해 위기 경보가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됐고, 수도권 지역 행정·공공기관과 그 산하기관 및 단체의 출근시간이 오전 11시 이후로 조정됐다.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9일 오전 6시 현재 사망 7명(서울 5명·경기 2명), 실종 6명(서울 4명·경기 2명), 부상 9명(경기) 등이다. 특히 기록적인 폭우가 집중됐던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에서 인명 피해가 컸다. 관악구에서는 침수로 반지하에 살던 3명이, 동작구에서는 쏟아진 비로 쓰러진 가로수 정리작업을 하던 60대 직원이 사망했다.

이에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9일 오전 9시 30분부터 정부서울청사 재난안전상황실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또 이날 진행할 예정이었던 ‘주택 250만호+α(알파)’ 공급대책 발표도 전격 연기했다.

이번 공급대책은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정부 임기 내 주택 250만 채 공급을 위해 추진할 사업들을 종합한 청사진(‘로드맵’)이었다. 여기에는 주택 유형·시기·입지별 세부 공급 계획과 주거 품질 강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최근 10년간 호우 피해 2조1500억 원

이같은 호우로 인한 피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행정안전부 ‘재해연보’에 따르면 최근 10년(2011~2020년) 간 국내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피해를 분석한 결과 호우 피해가 절반을 차지했다. 이 기간 자연재해 피해(4조4200억 원)의 48.8%(2조1556억 원)이었다.

특히 기상관측 이래 최장기간 장마가 발생한 2020년의 경우 호우 피해가 전체(1조3182억 원)의 83%(1조952억 원)를 차지했다. 비로 인한 인명피해도 전체(75명)의 절반을 훌쩍 넘는 44명이나 됐다.

국토연구원이 지난달 발행한 보고서 ‘탄소중립과 기후변화에 대비한 안전취약시설물 분석 및 관리방향 연구’에 따르면 호우로 인한 피해 상황은 조금 더 심각하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자연재해 피해의 93.2%(4조1190억 원)가 호우와 호우를 동반하는 태풍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를 복구하는 데 투입된 최근 10년 간 투입된 비용(11조6830억 원)도 호우와 태풍이 96.9%(11조3250억 원)를 차지했다.

문제는 이런 호우로 인한 피해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국토연의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중립 실현 경제시스템이 가동될 것으로 가정하고, 1일 강수량이 단기(2021~2040년)적으로는 17.7%, 장기(2081~2100년)적으로는 20.6%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 것이다. 특히 수도권과 제주도, 전라권에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수도권 안전취약 시설물 171개

집중호우로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9일 오전 경기 용인시 용인서울고속도로 동탄방면 하산운터널 인근 옹벽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차량통행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용인=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처럼 강수량이 늘어나면서 피해가 우려되는 수도권 주요 시설물도 무려 171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국토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전국의 주요 시설물 15만6687개 가운데 안전 위험 등급에 해당하는 시설물 평가등급 D,E를 받은 곳은 모두 630개. 이 가운데 231개는 안전취약시설물이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에도 취약했다.

즉시 사용을 금지해야 하는 E등급도 46개나 됐다. 시설물 유형별로는 교량이 19개로 가장 많았고, 공동주택 12개, 다중이용시설물 8개, 방파제 2개, 대형시설물 1개, 육교 1개, 기타 3개였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27.1%(171개)가 몰려 있었다. 서울에는 교량 5개와 아파트 등 건축물 52개, 기타 2개 등 59개가 D,E 등급을 받은 안전취약시설물이었다. 경기도는 무려 102개나 됐다. 교량 15개와 건축물 85개, 하천 1곳, 절토사면 1곳 등이다. 인천은 건축물 9개와 기타 시설물 1개였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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